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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실에 보관한 사랑...


BY allbaro 2001-07-26

냉동실에 보관한 사랑...

이열치열은 아니고 결국 이한치열(?) 이지만,
여름이면 저는 늘 집안의 잔이란 잔은 모조리
냉동실에 넣어 둡니다.

특히 독일에서 산 주석문양이 커다랗게 붙어
있는 생맥주 잔은 제게 큰 위안입니다.

일단 냉동실에서 꺼내면, 컵 주변에 하얗게
안개와 서리가 끼면서 흰 얼음이 꽁꽁 얼어
버리지요.

그리고 차게 식혀둔 맥주를 부으면 곧장
얼음이 중간중간 떠오르는 곤죽같은
상태의 맥주가 됩니다.

입안에 잠시 머물렀다가 목을 넘길때면
그 차가움에 온몸이 저려 들지요. 때로는
뒤통수가 뻐근 하다는 단점(?) 도 있답니다.

그렇게 한병을 비우고 나면 즉시 잔을 헹구어
냉동실로 넣고 또다른 잔을 꺼내어 재일배...
그러다보면 밤은 부드럽게 기울어 지고
어느새 졸음과 어깨동무를 하게 됩니다.

오늘 사랑스러운 누군가를 위하여 냉동실에
잔을 채워 놓아 보시지요. 아마 두분의 사랑도
영원히 냉동되어 변질 되지 않고 보관이
되실지도 모릅니다.

사랑이 끝나고 사람은 떠났지만 그렇게
냉동실에서 잔을 꺼낼 때면 언제든 조금도
변질되지 않고, 남겨진 당신의 얼굴과
추억, 잔을 부딛치며 미소짓던 그시간이
꽁꽁 얼려진 채 앞자리에 앉곤 한답니다.

그것도 차게 얼린 잔의 가장 큰 부작용
중의 하나라면, 그렇다고 할 수도 있겠지요.


이야기를 하다보니, 입에 침이 고입니다.
저는 어쩔 수 없는 술꾼인가 봅니다.

이제 냉동실을 열고 맥주잔을 꺼냅니다.
Sapporo맥주라는 일본산 맥주입니다.
년전에 일본에 들락거릴 적에 튀김과
함께 자주 먹었던 것이라서 한 팩 사두었지요.

이제 얼음이 둥실거리는 잔을 신부수업을 받는
처녀처럼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받쳐들고
서식지 앞의 찌를 듯 솟은 플라타너스 아래로
갑니다.

해먹에 걸쳐 앉아 잠시 숨을 들이키고 단숨에
주욱 한잔을 마셔 버립니다. Bottom UP!
그리고 차게 얼린 몸을 해먹에 눕히고
국경의 남쪽을 마저 읽으렵니다.

창가로 흘러 내리는 음악의 순서는,

달의 몰락 - 김현철
제주도의 푸른밤 - 최성원
그것만이 내세상 - 들국화
햇빛 비추는 날 - 김장훈 이

대기중이랍니다.
물론 매미소리는 덤입니다. ^~^

한잔 하실래요?
비현실적으로 푸른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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