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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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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린 인연은 안타까웠다.


BY 고오백 2001-07-26

나는 소망했다...
내게 금지된 사랑을..

직장을 그만두고 무료해진 나는 컴을 만지다가 채팅을 시작했다.
아파트는 인구밀도 높은 각각의 무인도였다.
이웃과 거래가 없던 나로서는, 모르는 사람과 얼굴 마주대하고 지금부터 친해지길 마음 먹기보다는 다루기 쉬운 컴이 나았다.

채팅 동호회 모임이 있었다.
그를 처음 본순간 그 따사로운 눈빛이 지금도 내 가슴에는 추억으로 살아 있다.
그는 따스한 느낌을 주는 사람이었다.
채팅으로 가까워지지만 않았더라면..........
그냥 오프라인에서 그를 봤더라면 사람냄새나는 좋은 사람으로 생각했을꺼다.
그러나 우린 사이버에서 그동안 만나 서로 가슴속에 있는 많은 얘기들을 나눴었다.
우리의 정서로는, 오래 알던 이웃이라도 남녀가 인삿말 외에 다른 얘기를 나누기 힘든것이었지만 사이버였기때문에 서로의 가슴속 얘기를 하기 쉬웠다.

그러나 그때문에 생긴 친밀감이 내 괴로움의 시작이 되었다.
그는 자기 처가 채팅을 해서, 이게 과연 어떤건가 자기두 궁금해서 시작했고 처음 나를 만났었단다.
동호회 모임을 아주 건전한 친목모임이라고 판단하고 자기 처도 가입시키겠다고 말했다.
순수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고지식했다.
믿을수 없는 변화는 내게서 일어났다.
난 오랜 직장생활과 내 사업으로 여자보다는 남자들과 접촉할일이 많았고 때문에 공통적인 남자심리에 아주 능숙하게 대응할줄 알았으므로 사람들은 내가 코팅된 여자 같다고 했다.
그러나 딴 남자들과는 다르다고 느껴지는 그 앞에서 나는 완전 무장해제였다.

짧은 시간 나는 아주 행복했다.
멜에 넣어보낸 이 노래를 10번 들었다며 가슴이 찡했다는 답멜을 보내왔을때
일상적인 사소한 일 얘기 하는 쪽지가 오갈때도 나는 즐거웠다.
곧이어 갈등이 시작됐다.
사이버에서나마 나는 그를 소유하고 싶어했다.
나는 욕심내서는 안될 사람을 욕심내고 있었다.
그는 늦게배운 채팅이 즐거웠고 새로 만난 재치있는 그녀가 흥미로웠다.
사람의 감정중 질투 하는 감정을 다스리기가 제일 힘들다는걸 나는 안다.
그로부터 벗어나려 애썼다.
실수도 많이 했지만 변명하고 싶지 않았다.
그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중요치않았다.
내 맘속에서 얼른 그를 포기시켜야 내가 살것 같았다.

내 감정이 잘못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걸 느꼈지만 제동할수 있는 방법도 없었다.
세상이 온통 그를 중심으로 돌아가기 시작했으니까.....
잡히지 않는 그의 마음이 안타까웠다.

처음에는 내 기쁨이 그에게서 왔지만
나중에는 나의 크나큰 상실감 속에 그의 기쁨이 있었다.
그가 새로 관심 갖는다고 느낀 그녀는 내 친한 친구였고,
그런 그들을 지켜볼수 있는 아량이 내겐 없었다.

사이버는 어느새 내 생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고 그 중심에 그와 친구가 있었는데.......
그는 내 맘을 뺏아갔고, 사랑하는 친구를 뺏아갔고, 더불어 내 생활도 뺏아갔다.
사이버에서의 결별을 그렇게 시작?磯?

외로웠다.
빛이 없는 암흑속에 홀로 서 있는 기분이었다.
어디선가 빛이 보이면 그 빛을 따라 갈텐데.......
한줄기 길이라도 희미하게 보이면 그 길을 따라 갈텐데......
남편과 아이들 곁에서도 난 그만 생각했다.
평소 말 한마디 없는 재미없는 남편과는 초등학교때 선생님이 정해준 짝이랑 앉아 공부하는 것처럼 살아왔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무덤덤 그 자체였다.
그러나 그때는 미안했다.

친구가 가게를 개업하던날 그도 왔다.
그날 그의 서늘한 눈빛은 처음 내게 따스함을 느끼게 한 그 눈빛과는 너무도 대조적이었지만 나는 깨달았다.
그에대한 원망, 친구에 대한 배신감, 내 생활 내 사랑에 대한 상실감, 이모든 복잡한 감정에서 오는 괴로움의 원인은 그에 대한 변하지 않는 애정때문이었음을.......

그날 나는 술을 아주 많이 마셨다.
그리고 말했다.
참 좋아했었다고......
이미 끝나버린 우리 사이를 되돌리려고 한말은 아니었다.
애정을 구걸한것도 아니었다.
그에게는 주정으로 들렸을지....아님 부담으로 남았을지 모르지만.

그냥 친구로 남아잇을수도 있었는데 우리 사이 이렇게 된게 내 잘못된 사랑의 감정때문이었다는걸 인정하는 말이었다.
그도 진솔하게 얘기해주길 바랬다.
우리 갈등을 빚어왔던, 그가 부인으로 일관했던,실제 아무것도 아니엇던 그와 친구사이.- 그러나 오해의 소지를 제공한건 사실이었노라고도 말해주길 바랫다.
자기에게도 일말의 책임 있노라고 말해주길 바랬다.
미련 남지만 이렇게 미움도 원망도 없이 풀어버리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이것 저것 생각치 않고 있는 내 맘 그대로를 다 말했고, 그는 내게 자기맘 열어보이던 예전의 그가 아님을 느끼게 하는걸로 우리의 마지막 만남은 끝났다.

그에게 참으로 오랫만에 메일을 썼다.
우리 사이를 백지로 돌리는 메일이었다.
메일이 아니었어도 우리 사이는 이미 백지였는데.....
그는 내게 답멜 하나 보내고 사이버를 떠났다.
자기가 너무 사이버를 몰랐노라고......
그 떠난 사이버를 난 편한 마음으로 돌아다닌다.
언제든 우리가 가야할 길이었다.

그러나 우연이 있어 꼭 한번은 온라인에서든 오프라인서든 그를 만나고 싶다.
그리고 못다한 얘기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