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들어 시장 보기가 겁난다.
대파가 떨어졌길래, 가까운 할인마트를 찾았는데
한단에 2480원이나 한단다.
대파나 양파는 사시사철 냉장고에 보관해 두고 먹어야 하는
기본야채인데 파한단 사는데 대단한 결단이라도 해야할 판이었다.
다행히 화요일마다 아파트 앞에서 이거 저거
싱싱한 야채와 과일을 파는 화요시장이 열린다.
지난주에 바빠서 화요장을 못보고 비싼 대파를 사야 했어서
이번주에는 서둘러 화요장을 찾았다.
푸르고 싱싱한 겨울야채들이 찬바람속에서 의젓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대파가 한단에 천오백원이었다. 할인마트에 비해 거의
반가격이다. 비싼돈 주고 산게 갑자기 억울해진다.
하지만 아직도 탱탱한 육질을 가진 양파도 싸게 사고
섬초라는 이름으로 따로 불리는 겨울시금치도 사고
그리고 천원이면 한아름이나 안겨주는 '봄동'을 샀다.
다른것 보다도 '봄동'을 안고 오는 마음에 싱싱한 푸르름이 인다.
봄동이라함은, 한겨울에만 나는 겨울배추의 이름이다.
겨울이라는,찬서리를 맞고 풍찬노숙의 계절속에서 자라는 야채이름이
왜 하필이면 '봄동'일까?
'봄동'의 봄은 봄여름가을겨울의 봄일테고,
그럼 동은, 겨울을 뜻하는 한자말 일듯 싶은데...
그렇다면 그말뜻 한번 오묘하렸다..
내나름대로 해석을 하자면 봄을 기다리는 겨울배추.. 쯤으로
될것이다.
김치류만 가득한
거기다 어쩌다 토장국이 보글거리는 뚝배기가 올려 질때도 있지만,
그리고 구이김이 빠지지 않고 아이들 반찬으로 올라오지만
겨울식탁에 흙내음을 간직한 푸성귀가 자리하기는 그리 쉬운일이
아니기에,
언흙이라 벌레없서서 농약 칠 염려 없고,
저홀로 저몸뚱어리 보하느라 납짝 엎드려 자라는 생리가
참으로 신비로운 '봄동'이 이 엄동설한을 뚫고
우리식탁까지 와준걸 생각하면 참으로 고맙고 고마운 일이었다.
봄동을 들여다 보면 제일 바깥쪽 잎사귀가 가장 푸르다.
짙은 녹색인 바깥쪽에서 차례차례 안쪽으로 갈수록 그 색이
조금씩 엷어 지다가 배추속 가장 속엣것은 노란색을 띠고
있는 폼이 영락없이 배추인데, 그 여린노란색을 흉내내는
그 야무진 모양을 보자면 '봄동'이라는 한겨울의 푸성귀가
귀엽기 까지 하는 것이다.
그 봄동을 잘 다듬어 겉쪽은 따로 떼어 놓고
안쪽을 잘 씻어서 쌈을 싸먹었다.
아마도,비료담뿍 뿌리고 농약치고, 그리고
비닐하우스라는 인공의 장소에서 자랄것이 분명한
상추보다 훨씬 고소하면서도 맛이 있었다.
안그래도 상추는 지금 상한가를 치고 있어서 사먹고 싶어도
선뜻 상추를 사먹기가 망설여 질때다.
봄동의 겉잎은 겉절이가 제격이다.
간장과액젓을 반반씩 섞어 간을 맞추고
파마늘 다져 넣고, 고춧가루 듬뿍 뿌려서 그 위에 깨소금을
솔솔 뿌리면 아빠가 좋아하는 봄동겉절이가 뚝딱.
그렇게 먹다가 남은 것도 버릴게 하나 없다.
남은 봄동 몇잎만 넣어도 된장국이 구수해 질테니까 말이다.
저기, 황토흙속에 따뜻한 남도의 기운을 간직한
시골마을에서나 재배가 된다는 '봄동'
그 고마운 겨울의 푸성귀는 올 겨울동안에도,
아마도ㅡ 김치가 미처 잊고 갖고 있지 못한
싱싱한 비타민을 우리가족에게 전해 줄것이다.
봄동을 아삭, 씹으면 싱싱한 비타민이 입안가득 고여온다,
목을 타고 온몸으로 싱싱함이 번지면,
가끔은 꿈결처럼 남도의 흙냄새를 맡게 될지도... 혹?
아, 갑자기 봄이 못 견디게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