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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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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게 늙어가는 방법 26


BY 녹차향기 2000-12-06

먼저, 제 글에 관심을 갖고 읽어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조 아래에 제 이름을 불러주신 님께는
아주 맛있는 녹차대접을 하고 싶은데....
컴퓨터, 인터넷의 한계를 느끼네요.
하지만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어서 마음 뿌듯합니다.
(꾸벅..)

한가지 걱정거리가 생겼어여.
다음주에 친정엄마 생신이 있는데 어떻게 해드려야 할 지...
마음 한구석이 답답한 느낌이에요.
시어머님 생신이라면,
제 나름대로 이것저것 반찬거리도 사고, 평소 좋아하시는 음식장만도 하고, 친한 친척분들께 살짝 전화도 하고,
상품권도 한 장 준비하고....
(외아들 밖에 없으시니 외며느리가 혼자 열씨미 묘안을 짜내서)

근데, 도대체 친정엄마 생신은 제맘대로 하고픈대로 할 수가 없잖아요.
저희 집으로 오시라 할 수도 없고(시어머님을 모시고 있으니)
그렇다고 친정엄마 생신이라고 혼자 이것저것 반찬 사다 준비하면 괜히 시어머님 눈치 보일 것 같구...
상품권이나 혹은 얼마간의 현금을 넣어 드리며 필요한 것 쓰세요하고 나면 왜 그리 내 마음에 찬바람이 부는지...

사실은 새언니가 먼저 나서서 우리들(딸이 넷이라 넘 무섭나?)에게 전활 해 주면 좋으련만, 새언니 성격도 그렇지도 않고, 막내와 저는 전화로 서로 걱정했지요.
'막내야, 어떻게 할까? 니가 음식 좀 해 올래?'
'언니, 내 생각엔 우리집을 콘도로 생각하고, 전부 우리집에 오면 좋을 것 같아...'
대전이 집인 막내는 얼마전에 난소 복강경 검사를 하고 회복중인데,
몸도 비실비실한 녀석이 저희집으로 내려오라고 하는거예요.
'너 몸도 안 좋은데 그럼 큰일 나..!!
손님 치르는 일이 보통인 줄 알아?'
'나 이제 많이 좋은데... 우리 동네 참 좋아.'

대전 외곽지역 음..동네이름은 기억안나고, 롯데호텔 바로 앞이 집인 동생은 엄마 혼자 고생하며 생신상 차리실 것이 영 맘에 걸리나 봐요.. 저 역시..
친정엄마는 누가 온다고만 하면 하나라두 맛있게 먹고 가라고 진수성찬을 차리시는 성격이신데, 체력이 너무 약하시고 허리에 늘 통증이 있으시거든요.
그런 친정엄마를 보면, 참 속상해요.

시어머님은 씩씩하고 활달하고 건강하시고 또 무엇이든 앞장서서 무슨일이든 아주 수월하게 해치우시는데,
친정엄마는 소극적이고 조용하고 몸도 너무 약하고, 얼굴이며 손에 주름이 쭈글쭈글하고, 앞장서기 보다는 뒤에서 말없이 묵묵히 하시는 스타일이시거든요.

오죽하면 별명이
'부처님 가운데 토막'
이겠어요?
늘 변함없고 한결같아 희노애락 감정의 기복이 전혀 없으신 점이 놀라울 정도이시지만,그렇게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점잖기만 한 것 때문에 손해 보는 점도 있는거 같아요.
'당연히 이해해 주실거야... 별 말씀이 없으시니 이렇게 행동해도 좋을거야...'
하고 다들 엄마에 대한 걱정은 미뤄버리는 거..
그래서 당신이 당연히 가져야 할 권리를 못 찾으시는 거 같은데
엄마의 辯을 들어보면 또 그게 아니지만..
'부모로서 뭐 제대로 해 준 게 있냐?'

친정엄마의 생신, 딸들이 많으니 알아서 착착 챙겨드리는 집들도 많건만, 그렇게 못하고 있는 우리들이 참 한심한 느낌이 들어서요.
왜 여자들은 시집을 가면, 친정일엔 그저 마음뿐 일까요?
ㅠ.ㅠ

엄마...
미안해요.
잘 해드리고 싶은데, 맨날 이렇게 핑게만 늘어가네요.
결혼 전엔 그래도 나름대로 엄마한테 잘 해드린다고 한 것 같은데,
딸들은 다 쓸데없나봐요.

엄마,
그래도 아직 엄마곁을 지키고 있는 혜영이가 있잖아요.
그 애 땜에 그래두 걱정이 덜 되는데,
맨날 허리 아프고 기운없으시고 얼굴이 노랗게 되어 있는 걸 뵈면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아요.
제발 좀 건강하세요.

부모가 꼭 자식에게 유산을 물려주고, 유학을 보내주고,
명예와 권력을 쥐고 있어서 자식에게 당당해야지만
큰 소리 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저 자식을 위해 한 순간도 맘편히 있어보지 못하고
당신을 위해선 좋은 옷, 좋은 음식 하나 사시지도 못하시며
그렇게 희생으로 살아오신 평생이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누구에게 손가락질 받을 짓 한번 한 적없이
너무나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오신 점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큰소리 치실 수 있는거예요........엄...마...

일욜날 갈게요.
엄마의 생신상을 직접 차리시게 하는 점 용서하세요.
그것조차 즐거움이라고 말씀하시지만,
제 맘이 넘 아프잖아요.

친정엄마가
오래오래오래오래오래오래
사셨으면 좋겠어요...


모두들 평안한 밤 되세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