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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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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넘은 여자는 여자가 아닌가


BY 임진희 2001-07-25

얼마전의 일이다.

콧등이 이상해 진것 같다며 병원에 다녀 오라는 미장원 원장의 말에

나는 손가락으로 콧등을 더듬어 보았다.

언뜻 보아서는 잘 모르는 분들이 많이 있지만 미용에 관심이 있거나

병원에서 근무 하는 친구는 금새 알아 보았다.

콧등은 약간 들어가 있는데 뼈가 깨진것 같다. 그러나 저절로 붙은

모양이다.

사고의 발단은 두어달 전이다.

언제나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데 그날따라 티비를 본다고 남편은

방으로 들어가 자고 있는데 거실에서 늦도록 시간을 보내다가 방으로

들어 왔다.

불을 켜지 앉고 더듬거리며 내 자리를 ?다가 남편의 몸에 걸려 주저

앉았는데 하필이면 무릎을 세우고 자고 있던 남편의 무릎에 내코를

부딪히고 만 것이다.

야구 선수가 홈런을 날릴때의 바로 그 소리와 같았다.

딱 소리에 남편이 잠을 깨고 뭐가 부서졌냐고 하며 놀랐고 나는 엉겁

결에 코를 만져 봤는데 콧대는 주저 앉지 않아서 안심을 했다.

코는 말할것도 없이 무지 아팠지만 그냥 참고서 잠을 청했다.

물론 왜 무릎을 세우고 있었느냐고 원망은 했지만 그것도 사실 남편

의 잘못은 아닌 것이다.

침대는 남편이 별로 좋아 하지 않아 요를 펴고 잔다.

그다음 날도 약속이 있었고 바빴기에 병원은 코를 다친뒤 삼일째

되는날 동네 이비인 후과에 가서 진료를 받고 약을 받아와서 먹고

그만 잊고 있었다.

중간에 들어간 부분은 그리 심하지 않아서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나서 함께 운동하는 미장원 원장이 언니 성형 외과에 한번

가보세요. 했다.

새삼스레 거울을 찬찬히 들여다 보니 코가 약간 들어간것이 더욱 눈에

띄는것 같았다.

점심을 먹고 성형외과를 ?아 갔다.

카운터에는 아릿따운 간호사가 앉아 있다가 어디를 보시려고 오셨냐며

내 얼굴을 살폈다.

코 때문에 왔는데요.

원래 콧대가 있는 데다가 나이는 있는데 어디를 고치려나 하는 표정

이었다.

의사 선생님은 자초 지종을 듣고나서 내 코를 보더니 다치고나서

빨리 왔으면 조처를 할수 있었겠지만 이젠 부러진 코가 저절로 붙었고

지금 다시 손을 보려면 뼈에서 나온 것을 다시 긁고 원상 복구 하려

면 어렵기도 하거니와 비용도 많이드니 그냥 사시는것이 좋겠다고

했다. 또 코가 납작한 사람이라면 콧대를 세우면서 하면 돈 들인

만큼 효과가 나겠지만 원래 콧대가 있으시고 또 나이도 오십이 넘었

으니까 그냥 사세요....마지막 말에 웃음이 나왔다.

여자 나이 오십이면 이젠 모든것을 초월해야만 할 나이인가.

집에 돌아와 그 이야기를 하며 당신 때문에 이렇게 됐다고 애꿋은

남편을 원망하며 책임을 지라고 하니 얼른 책임을 지겠다고 한다.

나는 돈이나 받아야지 생각하고 어떻게 책임을 질거냐고 했더니

평생 데리고 살거라고 한다.

그러면 그렇지 어쩐지 쉽게 대답 하더라 ..

콧대 사건은 그렇게 끝이 났지만 아직도 콧등을 쥐어보면 아픈것

같기도 하고 운전할때 백밀러로 코를 보면 약간 들어간 것이 보이기도

해서 남편과 내가 전생의 무슨 인연으로 만나서 하필이면 그 순간에

주저 앉아 남편 무릅에 코를 부딪혔나 어이 없는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오늘 아침에도 로션을 바르면서 또 한번 콧등을 만져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