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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에 통행료 면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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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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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추석


BY 박진희 2000-09-11

또다시 찾아온 명절. 추석!
서울 거리가 갑자기 적막해지고 집집마다, 이 땅의 여자들 허리가 휘는..

녹두 빈대떡 부치려고 재료를 준비하다가....
식혜를 담그려고 엿기름 가루 물에 불려 놔두다가....
나 왜 이렇게 머리가 아플까...생각해 보았지...
나 왜 이렇게 마음이 쓰릴까..생각해 보았지...

늘 때가 되면 그래왔던 거처럼...
홀로 계신 친정엄마, 친척 집에 가계시고
난, 아무렇지도 않은 거 같은 가슴으로 시댁에서
하하호호 웃고 지내야 할 시간들이...이제는 내 마음 속에서
튀어나와, 날 보고 야단치기 때문인거야...

친정엄마 위해서는 갈비찜 한점 성의껏 준비해 보지 못한 날,
친정엄마 위해서는 따뜻한 생일상 한번 제대로 차려내지 못한 날
이제는 나이 마흔 바라보며..내 마음이 날 훈계하고 있기 때문인거야..
너도 그렇게 늙어 갈 거라고...
늙음이 너를 비켜가지 않는다고...

우울한 마음에 친정엄마에게 전화를 넣는다..
하지만, 엄마는 언제나 딸에게 미안해 하시며,
씩씩한 목소리로 전화 받으시고...아무 걱정 말라 하신다...

전화를 끊고 애써 태연한 척 다시 앞치마 두르고
녹두를 부치는데...
식혜를 담그는데...
왜 이렇게 눈물이 날까....
왜 이렇게 가슴이 무너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