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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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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먹었어요! ♡ 잘 먹었읍니다!


BY 프레시오 2000-12-06


잘먹었었어요! 또는 잘 먹었읍니다!...
이 인사는 요즘 남편과 함께 밥을 먹고 일어나며 서로에게 하는 말이다,


딸아이가 서울로 올라가기전에는 가끔씩 "우리식구가 이렇게 아무런일 없이 식탁에 앉은것이 정말 너무 감사하지요? " 하고 아이와 남편에게 물어보면 마지못해 " 그렇지" "그래요" 하고 대답들을
했었는데...


딸아이가 서울로 올라가고는 우리부부만 식사를 하게 되었고
그나마 일주일에 많을땐 3번이상 회식이 있는 남편인지라 반찬을 만들 필요를 느끼지 않게 되었고 따라서 늘 혼자 맛없는 밥을 먹는 나로서는 남편과 함께 식탁에 앉는 시간은 정말 감사한마음이 절로 들었다,


"여보 잘먹었어요" 하고 말하니까 처음엔 당신이 할말을 내가 한다는듯 " 왜? 당신덕분에 내가 잘먹었지" 하고 말하는 남편에게
난 당신이 앞에 있어 내가 음식을 준비했고 또 맛있게 먹을수 있었지 않느냐? 고 설명을 해준뒤로는 서로가 잘먹었어요 하는게
습관이 되었다 , 하지만 음식 타박 한번 안하고 언제나 맛있게 내가만든 반찬을 먹어주는 남편에게 난 진심어린 마음으로 늘 감사를 한다,


그 감사 속에는 무사히 귀가한 남편에 대한 감사도 있고...

갖가지 위험이 난무하는 이시대에 무사히 집으로 귀가 한다는것은
하루하루가 사실 감사한 일이 아닐수가 없다,

건강을 알게 모르게 좀먹어 들어가는 환경으로부터의 위험은 그렇다 쳐도 사람과 자동차의 위험으로 부터 무사히 귀가 한다는것은
주변의 아는분들이 갑자기 사고로 남편을 잃는것을 가까이서 본뒤로나의 하루하루는 늘 감사하다는 마음 뿐이다,



그러기에 된장찌개 바글바글 끓는 식탁에서 남편과 함께 한다는것만으로도 이 얼마나 감사하냐? 이시간에 만일 가족중에 누구하나라도 병원에 누워 있다면 이런 시간들은 너무도 그리운 그림들이 될것인데....



내가 잠자기 전에 드리는 기도는 항상 제목이 같다,
오늘도 나를 아는이들의 오고가는소식의 무사함에 대한 감사!
딸아이가 집을 떠나기전에는 늙으신 부모님들의 무사하단 소식에 대한 감사였고 이젠 딸아이가 부모 슬하를 떠나 타지에 있고 보니 그 아이에 대한 하루하루 무사함에 대한 감사가 나의 취침전 기도가 되어있다,


누가 그랬다, 하루하루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날마다 반복되는
주부의 하루하루가 정말 권태롭다는생각을 하던 며칠후에 친정 아버지 의 위암선고를 받고서 털컥 자기의 잘못을 뉘우쳤다고 한다,
물론 그뒤로는 지루할틈이 없이 지치도록 간호를 해야 했으니....


우리는 현실에 대한 감사를 너무도 쉽게 잊고 산다,
감사할 조건들은 너무나 많은데 우리들의 욕심이 한이 없어서
그나마 내게 있는 소중한것 들을 다 잃고서야 깨닫게 되는 미련한 우리들이되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을 오늘도 해보면서....

프레시오(은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