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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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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즐거움 2


BY ranny88 2001-07-24



무거운 회색빛 구름위 저멀리 새털같은 하얀구름 한조각이 두둥실 떠있고

그 사이론 가느다란 초생달이 비스듬히 누워있는 하늘을 바라보며 오늘도 씩씩하게 탄천변을 걷는다.

장마중에 잠깐 해가 비친 저녁나절의 탄천변은 누런 황톳물이 무서운 기세로 콸콸 흘러가고 있고

보도위엔 수백마리의 잠자리떼가 이리저리 눈에 밟혀 걸음을 떼어놓기 힘들 지경이었다.

잠자리떼는 유유히 저들끼리 모였다간 흩어지곤해서 보는 즐거움이라도 있으련만

수천마리의 하루살이 무리속을 지나칠때쯤은 아예 눈을 감아버려야할 지경으로 하루살이떼는 곳곳에 토네이도를 만들고있다.

걷다보면 어스름히 어둠이 찾아오고 탄천변의 가로등이 하나, 둘 켜지기 시작한다.

어느새 탄천변엔 잠자리떼 만큼의 사람들의 걷는 무리들로 씩씩하게 걷던 내 앞길을 자꾸만 가로막는다.

빵빵 !!

자전거 크랙션소리에 뒤를 돌아다보면 건강한 근육질의 벌거벗은 남자들의 무리가 휙 지나가

힘껏 페달을 밟는 그네들의 탄탄한 다리를 훔쳐보노라면 이번엔

구르릉 !! 지진이라도 난듯한 소리에 또 뒤를 돌아다보면 앙징맞은 꼬맹이들의 롤로브레이드 행렬이 줄을 잇는다.

어느새 탄천변은 어둠이 짙어져버려 하루살이 떼도 느낌으로 와닿고 잠자리떼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그많던 잠자리가 한마리도 안보일때쯤

탄천변을 밝게 비추고 있는 노란가로등 불빛에서 갑자기 파리의 세느강이 연상되어져

난 어느새 영화속의 주인공이 되어 걷는 발걸음도 더욱 경쾌해지고 8등신 미인이 되어 상상속에 빠져버린다.

상상속에 풍덩 빠져버리면 몸이 그렇게 가벼울수가 없다.

난 모델이라도 된듯이 나풀나풀 한층 경쾌해진 발걸음으로 턱을 추겨세운채 당당히 걷는다.

탄천변에서 집에 가려면 신호등을 두개 건너야되는데 늘 첫번째 신호등쯤에서 내 상상속의 시간들이 현실세계로 기지개를 켠다.

어느새 한시간 십여분이 후딱 지나가 버렸고 집앞 횡단보도에서 바라본 거리엔

하루일과를 마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가는 퇴근차량으로 북새통을 이루고있다.

우리 신랑도 지금쯤 저들처럼 집으로 바삐 달려오고있겠지......

하루에 한번씩 마법에 걸리는 난 영원히 착각속에 산다한들 걷는즐거움을 계속 맛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