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방학이 시작되기전,
아이들이 계획표를 짜고
하고 픈 일들도 계획하고 있는 틈에서
나도 역시 아이들과 같은 맘이 되어 내 나름대로의 방학을
계획하고 있었다.
좀더, 여유롭게
좀더, 알차게,
좀더, 엄마의 진면목을 보여주며...
아름다운 겨울방학을 보내리라.. 고.
그러나, 방학이 중반으로 치닫고 있는 지금,
날마다 비슷한 일들을 겪어 내며 날마다 비슷한
말들을 읊조리며 살아가는 나를 발견하는 일은 하루에도 몇번인지.
방학인데 밖으로 나갔던 적이 한두번..
지난번에 눈도 내렸었고, 겨울도 한창인데 안되겠다 싶어서
아이친구네로 전활 했다. 우리 아이들 데리고 스케이트장 가자..
그래서 우리동네에 있는 스케이트장엘 데려간거였다.
개발지구로 지정이 되어서 머잖아 저 넓은 논들에 빌딩숲이
건설된 예정지라는, 가장자리에 마치도 시골의 논에 물을 가둬
빙판을 만들어 놓은듯한 그런 아담한 스케이트장이 있다.
그래서 변변찮은 이름조차도 없는 그냥, '우리동네 스케이트장'
이다.
그 우리동네 스케이트장이 보이고 벌써 많은 아이들이 스케이트를
타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빨리가자!!
스케이트대여료, 천오백원. 입장료 천오백원.
이만하면 우리동네스케이트장 짱이다.
이름난 스포츠공연을 도맡아 하던 목동의 아이스링크에 비해
그 규모는 작을지 모르지만,,,
사방이 논으로 둘러싸여 있으니 시야가 탁 트여 시원하고,
공기좋기로 말하면 이보다 나은데도 없을것 같고,
눈썰매는 그저 빌려주어서 입장료없이도 아이따라 들어가
스케이트타다 지친 아이 태워 주기도 하는...
그리고 휴게실 한켠에 있는 분식코너의 김나는 어묵의 그
깊은맛은 또 얼마나 따스하던지.
그렇게 우리동네 스케이트장은 지극히 자연적인 모습이다.
바로 앞 사거리는 빌딩숲에 묻혀있고,
쉴새없이 차들은 사거리를 넘나들고 있지만
거기, 논으로 둘러쳐진 우리동네 스케이트장엔 시골냄새가
잔뜩 묻어있었다.
비닐하우스로 만들어진 사무실겸 휴게실이 딸린 곳,
그 휴게실 가운데는 커다란 장작난로가 놓여진곳,
당연히 난로 옆엔 장작이 그득 쌓여 있고,
누구라도 아궁이를 열어 장작한두개피를 던져 넣을수 있는곳,
맛나고 따뜻한 어묵이 천원주면 다섯개나 주는곳,
군데군데 아르바이트할아버지가 포진하고 계시다가
아이들 스케이트신발끈을 꽁꽁 매어주시는곳,
그 신발을 신고 얼음장 위에 서있으면 만국기가 펄럭이는
위로 푸른하늘이 바라보이는곳,
시야를 바로해서 멀리까지 바라볼라 치면 끝간데 없이
논자락이 펼쳐져 있는곳...
그곳이 우리동네 스케이트 장이다.
지치도록, 남아있는 열정을 다 소모할때까지
아이들은 몇시간이고 스케이트를 탔다.
점심으로 컵라면 하나씩을 달게 먹고 곧장
들어가서 다시 스케이트를 탔다. 발목이 아프다고
투정한번 부리고는 다시 스케이트를 탔다.
이제 집에가야지... 세시가 넘었었다.
벌써 네시간째. 집에 가자니, 스케이트장 옆에서
덤블링 딱 한판만 한잔다. 오백원주고 이십분을 넘게 타고
그만 하란 소리한번 없으신 주인할머니의 미소가 따스했다.
아이들과 나는 어느새 우리동네스케이트장 팬이 되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