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을 계모임에 모셔다 드리고 온 남편이
방에 들어서면서 갑자기
"우리, 놀러 가자."
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더 들을 것도 없이 좋아라 하고
바다로 가자고 한술 더 뜬다.
얼떨결에 영덕으로 출발.
올 겨울 들어 가장 춥다는 날에
막내까지 데리고 겨울 바다로,
그야말로 무모하게 떠났다.
갑자기 준비하느라 아이들 옷도 든든히 입히지 못했고
장갑도 다 챙기지 못했다.
삼사해상공원에 도착해서야 부족한 것들이 나타났지만
찬 바람 속에서도 아이들은 신이 났다.
양볼은 금새 빨갛게 물들고
손이며 코, 귀, 입, 이까지 시리지 않은 곳이 없다.
그래도 아이들은 범퍼카를 타겠다 조르고
막내는 끝까지 차에 타지 않으려 떼를 쓴다.
지난 여름 느즈막히 다녀간 동해바다는
여전히 검푸른 몸체위에 갈매기와 부표를 안은
그 모습 그대로였다.
많이 차갑고 거센 바람 앞에도
약간의 일렁임만 더 할 뿐.
이미 점심 때가 훨씬 지난 시간이라
늦은 아침을 먹은 우리는 식당을 찾았다.
해상공원을 빠져나와 남쪽으로 조금만 더 내려가면
일렁이는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곳에
횟집이 있다.
내가 사이버에서 알게 된 어느 분이 운영하시는 곳이다.
사이버 공간에서 자주 마주치는 분이긴 하지만
호기심을 가지고 살펴보기만 할 뿐, 아는 척은 하지 않았다.
대게를 먹을까, 회를 먹을까 하다가
남편의 취향대로 회를 주문한다.
자연산 광어, 우럭.
남편이 오늘 인심이 후하다.
창 밖 가득 동해가 펼쳐진다.
수면위에 조용히 앉아있는 갈매기들은
바다와 한몸인 듯 파도를 탄다.
약속이나 한 듯이 한 곳만을 바라보고 있다.
바다를 자주 접하지 못하는 내게
수백마리의 갈매기가 약속이나 한 듯
한 방향으로,
그것도 각도기로 재어도 정확하다 싶을 만치 같은 방향으로
앉아있는 모습은 신기하기만 하다.
꼬들꼬들 맛있는 회에다가
시원한 매운탕까지 먹고 나니 배가 부르다.
해는 벌써 서쪽으로 뉘엿 넘어가려 한다.
또 한가지 새로운 광경을 본다.
분명 여긴 동해이고 해는 서쪽으로 지건만
수평선 위로 붉그스레 노을이 걸린다.
거참.....
다시 돌아올 길이 멀어 미련을 떨치고 자리를 일어섰다.
그 추운 바닷바람 속에서도
아이들을 데리고 사진을 찍고, 찍히고,...
강구항으로 간다.
방파제 안으로 들어가니 등대에 불이 켜져있다.
불켜진 등대는 처음이다.
바다 낚시하는 사람들의 열정에 탄복하면서
돌아나오는 길에 잠시 차를 멈춘다.
한 귀퉁이에 자그마한 어시장이 있다.
아주머니들이 오징어며 대게, 쥐포 등등을 늘여놓고
한자리씩 차지하고 앉아 팔고 있다.
시간도 없고 주차할 곳도 마땅치 않아
피데기 오징어와 몇가지를 얼른 골라 계산을 치른다.
지갑에서 돈을 꺼내는데 매서운 바닷바람이 지폐를 날린다.
읔, 수표까지...
항상 얇은 남편 지갑이 모처럼 두둑한데
그나마 멀리 날아가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수표가 바다에라도 빠졌으면 어쩔 뻔 했나.
내 휴가의 마지막 날을 위한 남편의 배려인가 보다.
오가는 길 내내 혼자서 운전을 다하고
교대해 준다 해도 괜찮다 한다.
그러면서 '마누라 덕에 바다구경도 하고 회도 먹었다'면서
고맙다 한다.
오늘 쓴 돈도 모두 남편 지갑에서 나갔고
(이렇게 얘기하니까 딴살림 사는 거 같군.ㅎㅎ)
다섯시간 정도 운전도 혼자 했고
차에서 내린 시간에는 막내도 아빠만 따르고...
갑자기 일을 갖게 된 아내에 대한 안스러움이었겠지.
집에 있을 땐 늘 헐렁하게 쓰던 시간인데
모처럼 갖게 된 닷새의 여유가 어찌나 소중하던지,
집에서 빈둥거리기에는 모처럼의 여유가 아까웠다.
나가기 싫어하는 남편이
마지막 날이라고 아쉬워하는 나를 위해
먼저 재촉한 나들이였다.
이렇게 춥지만 않았으면 더 좋았겠지만
즐겁고 유쾌한 하루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후후...
본전 생각이 났다.
오가는 기름값이며 등등 대충 계산해 봐도 10만원이 넘는다.
에구, 그냥 집에서 김치전이나 부쳐먹었으면
10만원이 그냥 굳는 건데....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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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일락님이 하신다는 동해안 횟집에 다녀왔습니다.
어떤 분이 라일락님일까,
저 잘생기고 훤칠한 남자가 랄락님의 아들이신가 보다,
호기심어린 눈으로 탐색?만 하고 왔습니다.
아름다운 동해바다를 늘 보고 사시어
그토록 아름다운 글을 쓰시는가요?
회도 맛있었고, 특히나 매운탕이 맛있더군요.
건강을 회복하셨다니 무엇보다 다행이고
새해에는 더욱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