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비둘기에 먹이를 주면 과태료 부과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25

프로포즈


BY helen 2000-09-09

아침이 창밖에 밀려와 눈까풀을 간지럽힌다.
또 하얗게 밤을 새운 멍한 머리속과 떨리는 손끝....
맑은 녹차 한잔으로 달래 본다.

욕망과 욕심으로 채워진 피폐한 현실속에 망가져 가는 자신을 바라 보며 느끼고 있다는 건 잔혹한 일이다.
차라리 느끼지도 생각지도 말고
현실의 파도에 몸을 맡겨 순응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더 나은 삶의 질을 보장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쩌랴, 천성이 그러지 못하는 것을....

이제 까지의 나는
내 마음의 유혹에 이끌려 나의 삶을 가꾸고 변화시켜 왔다.
직업, 학교, 남자...
나는 운명론자가 아니다.
자신의 의지로 현실을 바꿀수 있다고 생각해 왔다.
그리고 그렇게 해 왔었다.
삶이 나에게 손을 내밀면 나는 주저없이 그 손을 잡았다.
그러나 지금은 너무 힘든 일임을 느낀다.

언젠가 군에서 제대한 후배가
'머리가 텅 비어 버렸다.
바보가 되지 않으면 견디기 어려운 날들이었다. 사고를 단순화 시키지 않았으면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
고 했을때 단지 이해 할 수 있는 기분이었다.
지금은 그 말이 너무나 절실하게 이해가 된다.
현실이라는 인연의 울타리 속에서 나의 사고를 단순화 시키는 작업을 거듭하다 보니 밤을 샌 아침 처럼 사고는 힘을 잃고 허공에 메달린 것 처럼 의미없는 손짓을 하는 나를 발견한다.

한 남자의 아내 이고 아이들의 엄마라는 스스로 가두어 놓은 인습과 사고의 틀 속에서 나를 단순화 시켜 순응하지 않으면 고통스러움을 안다.
난 이제 이 고통에서 자유로워 지고 싶다.
굴복하지 않는 새로운 방식으로..
내 의지를 다시 추스려 훈련시키고 강하게 할 것이다.
운명에게 내가 아직 건재하고 있슴을 보일 것이다.

새로운 삶의 방식이 나에게 프로포즈한다.
비록 또 다른 갈등과 고통이 따른다 해도
나는 다시 본연의 나로 돌아가 이 프로포즈를 멋지게 받아 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