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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주부의 알.콩.달.콩 35 - 시부모님과 합칠까요?


BY 꼬마주부 2003-01-02

35. 시부모님과 합칠까요?


★귀여운 우리 부부 - 결혼 만 3년째. 아기 없음.
♥세상에서 젤 좋으신 시부모님 - 친정에서 복 받았다고 하실정도로 아주 좋으심.
★터프한 시동생 - 다행히도 내가 가면 아주 즐거워 함.

요즘 우리 식구들 함께 살자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하나뿐인 시동생이 식구들 다 같이 모여 살자고 하네요.
집에 오면 아무도 없어 마음이 썰렁하기도 하고, 요즘 시동생 결혼 이야기가 오고가고 있는데 지금 아니면 언제 같이 살 수 있겠느냐는 것이 시동생의 주장입니다.

저도 찬성, 신랑도 찬성, 아버님은 반반..

문제는 어머님.

저희 결혼 할 때도 저는 어머니께 "함께 살아요.."했지만,
어머니는 기어코 작은평수의 전셋집을 마련해 주셨습니다.
요즘에 어머니는 우리가 시장통의 별볼일없는 전셋집에서 아웅다웅 사는 모습이 안쓰러워서 가슴이 아프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함께 사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어머니는 아무리 형편이 어려워도 따로 사는 것에 표를 던지십니다.

사실은, 얼마전에 시부모님께서 자식 둘 있는거 아파트 한 채씩이라도 마련해 주신다고 어디에 투자를 하신 것이 있습니다.
시부모님 형편에 무리라고 생각하시면서도 일을 벌이시면서도 우리에게 당부하셨습니다.
"우리가 조금씩 절약해서 식구끼리 힘을 모아보자꾸나. 다만 100만원이라도, 다만 10만원이라도 너희가 보태주면 남에게 돈 빌리지 않아도 되니까 마음이라도 편하지 않겠니..너희들한테 부담주는 것 같아 미안하지만 식구들 위해서 하는 일이니까 같이 힘을 모으자."

그래서 특히 더 시동생은 "함께 살자"고 하는 겁니다.
두 집이 합치면 아무래도 더 절약이 되지 않겠느냐고..
아버님.."야,야, 따로 살면 가끔 만나 애틋한 마음이 들지만 같이 살면 어디 그러겠냐?"하십니다.
시동생.."아버님은 어떤 쪽이 더 낫다고 생각하시는데요? 꼭 경제적인 것이 아니더라도 마음이 더 풍성해지지 않겠어요?"합니다.

그러는 동안, 어머니는 잠시 생각에 잠기십니다.
우리 신랑 말합니다.
"다들 좋다고 하는데 엄마만 결정을 못하시네. 우리랑 같이 사는거 싫어요?"
"얘가, 싫긴. 좋지. 얼마나 좋냐..아버지는 경애만 오면 좋아서 난리인데 같이 살면 얼마나 더 좋겠어. 부모가 자식하고 함께 사는거 싫을리가 있냐..."
"그럼 뭐가 문제인데요?"

그러자 어머니는, 젊어서 시부모님과 함께 살며 고생하고 어려웠던 이야기를 하십니다.
"너희들에게 자유를 주고 싶구나. 같이 살면 얼마나 좋니. 그렇지만 또 얼마나 불편하겠니. 어디 외출하고 싶어도 눈치보이고 내 맘 같이 편하지 않을텐데...난 큰 애 뱃속에 가졌을 때부터 다짐했다. 나중에 며느리든 사위든 무조건 따로 살라고 하겠다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십니다.

시동생, "형수가 우리 식구들하고..아니, 우리 식구이지만, 어쨌든..엄마.아버지,형,나하고 성격이 안 맞고 그렇지 안잖아요.네?"라며 어머니를 설득하지만, 어머니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시기만 합니다.

그런데..저희 부모님은 자식이라면 끔찍히도 위하시는 분들이라서 자식들이 자다말고 나가서 놀다온다고 해도 그래그래, 하시며 이해해 주시는 분들입니다.
3년 결혼 생활 내내 김치면 김치, 반찬이면 반찬..다 해다 주시고 걸어서 10분거리에 사는데도 한 번 맘놓고 놀다가시지도 않습니다. 제가 불편해 할까봐요.
같이 장보러 나가면 어머니가 돈도 못내게 하시고, 제가 뭐 부탁하면 주무시다가도 벌떡 일어나 오십니다. 몸이 편찮으셔도 말 한 번 안하시고 전화를 오랫동안 안해도 섭섭하다는 말 한 번 안하십니다.
저..어머니처럼 장손 큰 며느리인데..3년을 꼬박 채우고도 아기가 안 생깁니다.
어제는 가족들 앞에서 2002년에는 무지 노력했지만 또 실패했다고, 죄송하다고 했더니 어머니,아버지,시동생 난리났습니다.
무슨 소리하냐고, 그게 왜 니 잘못이냐고, 애는 언제라도 올 수 있다고..10년만에 애 가진 사람도 있는데 벌써부터 왜 그러냐고..그건 문제도 안된다고...별 말을 다 한다고....


물론, 함께 살면 보이지 않던 허물도 보이고 미운모습만 보일 수도 있습니다. 어머니의 억척스러움이 못마땅할 수도 있고, 아버님의 매사태평이 답답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생판 남이던 제가 이 집에 와서 3년 동안 겪은 배려와 사랑이 꿈이 아닌 뒤에야 하루 아침에 바뀔리 있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부모님과 함께 살고 싶습니다.
그래야..저도 삼시세끼 따뜻한 밥 얻어먹고 다닐 수 있을 것 같아서요^^(사실, 지금은 맞벌이라 대충 때울 때가 더 많거든요)


계속 같이 살자는 것도 아닙니다.
시동생 결혼 할 때만이라도 아니면 우리 아가 생길 때만이라도, 부모님의 투자날짜가 끝날 동안만이라도, 딱 1~2년만 함께 살자는 건데..

어제, 2003년 1월 1일..새해 첫날은,
밤 12시가 넘도록 가족들의 대화로 길어졌습니다.

아버님은 쇼파에 앉으신 채 코를 골며 꿈나라에 빠지셨고,
무뚝뚝이 신랑은 천장만, 터프한 시동생은 방바닥만 쳐다보고 있습니다. 저는 어머니만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고요.

한참 생각에 빠져 있던 어머니,
마지막에 한 말씀 하십니다.
"너희들한테 미안하구나. 괜히 투자한답시고 너희들한테까지 부담주고..그래서 너희들이 그러는거지. 엄마도 같이 살고 싶다만..
난 너희들한테 젊었을 때 자유를 주고 싶어.
우리 고생스럽더라도..쫌만 더 참자...응?"

그래서 제가 또 한마디 했습니다.
"그러니까..그럴 수록 서로 의지할 수 있게 같이 살아요, 네?"

어머니는 웃으셨지만 대답은 들을 수 없었습니다.
신랑과 저는 밤 늦게 자전거를 타고 겨울바람을 가르며 집에 돌아왔습니다.

그런 생각이 들데요.
신랑이 자전거를 타면서 칼날같이 차가운 바람을 막아주고 나는 그 뒤에서 얼굴 묻고 따뜻하게 온 것처럼..우리 가족도 5명이 옹기종기 모여 서로 바람을 막아주려고 하다보면 한겨울에도 따뜻하게 지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
부모,자식,시어머니,며느리 간에도 자전거 법칙을 이용한다면,
어머니가 말씀하시는 그런 자유도 누릴 수 있지 않을까요?








*** 시부모님이랑 함께 살고 싶은, 철없는 꼬마주부였슴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