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머무는동안 작은 아이가 전화로 물었다.
월세를 놓았느냐 ..전세를 놓았느냐 ..전세금은
엄마 혼자 챙겨 한국을 갔느냐 어쨌느냐 등등..
왜 의논도 없이 세를 놓아 아침마다 잠도 못자게
하느냐며 한바탕 썰렁한 유머를 해댔다. 이유인즉..
에어컨 달아놓은 거실 창 틈새로 새가 집을 지었다.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창 틈새로 도둑바람이 솔솔~~
몇해전이던가 새들에게 어떤 경고장도 없이 겨우살이
준비하느라고 그네들의 무허가(?) 거처를 철거해버렸다
문제는 그날 밤부터 시작되었다. 밤마다 새 가족들이
찾아와 머리로 퉁퉁 유리창을 들이받았다. 믿기나 말기나..
툭툭 창문이 흔들릴 때마다 양심이 보통 찔리는게 아니었다
어떤 경고장도 없이 자신들의 집을 철거한 주인이 얼마나
야속하고 미웠을까..(진짜 꿈에도 나타났다니까요?)
자기자리 빼았긴다는 거 아주아주 아프고 힘든거다
사람에게나 말 못하는 짐승에게나 ..
이듬해 여름 에어컨이 달리자 영리한 새들 역시 그 자리에
찾아왔다 그놈이 그놈인지 모르지만 새들은 열심히 집을지
었다.철거민의 애환을 잊었는지 달려드는 그놈들에게 틈을
주지 않으려 쥔장인 나와 새의 머리싸움이 시작 된 것이다..
새가 집을 짓기 시작하면 부수고 다시 짓고 또 부수고 ..
나중에 없애는거 보다 나으니.. 얼마나 악착같이 집을 짓는지
결국 내가 포기하고 말았다. 말 못하는 짐승도 자기 살아가는
일에 저토록 최선을 다하는데 난 여태 뭐하고 살았나 몰라...
결국 새들은 집을 지었고 추운 겨울바람이 아무리 쌩쌩 틈새로
불어와도 쥔장인 나는 에어컨을 떼질 못했고 이듬해 그놈이 그
놈인지 다시 찾아와 저렇게 새끼 낳고 자알...산다 ..그리고
저렇게 아침이면 출근준비 등교준비 ..난리가 아니다..
결국 나 역시 세시간 정도 잠자고 새 소리에 깨어나 컴 앞에
앉았다 울 아들 짜증스럽기도 할꺼다 문제는 올해 엘리뇬지
뭔지 때문에 올 겨울 날씨 장난이 아닐꺼라는데 새집 철거를
해야하나 말아야하나 ..
스산한 초겨울 바람이 불면 밤마다 필사적으로 달려들어
창문에 머리를 톡톡 치받으며 시위하던 새들의 아픔을
잊을 수 없으니 아무래도 영구임대를 해야할까보다.
아무래도 난 착한가보다(히~)..허지만 너무 바람이 씽씽분다.
덜그럭덜그럭 창틈사이로 추워 파고드는 새 가족들..우왕이다~
( 아참..솔직히 고백하자면
혹시 몰라서 기다리는 중이다..박씨 하나..킥~)
[밥푸는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