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늦은 밤입니다. 한낮의 더위는 밤바람의 기세에 눌려 어디론가 도망가고 차가운 공기만이 주위를 감싸 흐르고 있습니다. 30도를 오르 내리던 그 열기가 남아 있을 줄 알았는데.. 마음이 착잡하여 밤바람을 맞으러 마당엘 나갔습니다. 놓여진 파라솔 의자에 등을 기대고 앉아 우두커니 허공을 바라 봅니다. 밀려오는 잡다한 생각에 머리가 터질 것만 같습니다. 육신도 정상이 아닌 듯 내안의 열이 밖으로 뿜어집니다. 오후부터 쑤시던 몸이 극에 달한 것 같습니다. 쌍화탕을 데워 마시고는 이 더운 날씨에 느껴지는 오한으로 얇은 모포를 두르고 자리에 누웠다 일어났다를 반복합니다. 내 어릴 적 아니 성장해서도 아파 끙끙 앓고 있으면 밤새 잠 못자고 머리 맡에서 냉찜질 해 주시면서 "아가! 괜찮니?" 하던 엄마가 보고 싶어 집니다. 왜 그럴까요? 40을 훌쩍 넘은 이 나이에도 엄마가 보고 싶어 지는 것은... 50이 넘어서도 그 마음은 똑같을까요? 전화통을 부여 잡고 엄마에게 '엄마! 나 너무 아파'라고 말하고 싶지만 나이드신 분께 걱정을 끼칠 것 같아 그만 두고 맙니다. 가까이라도 살면 좋을텐데..... 나 혼자 이렇게 멀리 떨어져 살고 있다는 것이 정말 서글퍼 지는군요. 어릴때 언니 동생과는 달리 유난히 빈혈로 고생이 많았던 나이기에 엄마의 보살핌이 더욱 컸습니다. 아플때 항상 엄마가 옆에 계셔서 지금 더더욱 생각나나 봅니다. 엄마도 아프면 외할머니가 보고 싶으실까 새삼스레 생각도 해 보구요...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부질 없습니다. 내 몸 아파 끙끙 앓고 있어도 나의 자리는 며느리이며 아내이며 엄마입니다. 자리가 너무도 커 마냥 누워 있을 수만 없습니다. 시어머니께서는 만성신부전증을 10년 째 앓고 계십니다. 이제 복막투석을 시작하신 지 1년 반, 복막염이 오기 시작해 병원에 5개월 정도를 입원해 계시더니 정신이 약간 혼미해지신 모양입니다. 며느리로써 당연히 모셔야 할 입장이지만 두려움이 앞서 입을 다물고 맙니다. 성격이 유별나서 자식들과의 관계도 원만하지 못하신 분, 딸자식들이라고 있으면서 굳게 담을 쌓고 사시는 분, 지금 저렇게 병에 지쳐 막다른 골목까지 가 있는 듯 느껴지는 요즘에 어머님의 얼굴을 대하면 나도 모르게 굳어지는 모습에서 자신에게 호통을 쳐 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군요. 힘들고 아픈 몸, 내몸 헌신하면서까지 어머님께 해야 할 도리는 해야 할 것 같은데 쉽지가 않네요. 이럴 때 정말 어디에선가 구원의 손길이 뻗쳐졌음 하는 생각입니다. 사람이 목숨이 경각에 처했을 때에는 지푸라기라도 잡는다고 합니다. 10여 년을 병고에 시달리면서도 더 살아야 할텐데를 되풀이 하실 땐 못된 나의 마음은 그냥 외면하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합니다. 얼마전 까지만 해도 "무슨 말씀을 하셔요...한 십년 더 사셔야죠?" 했는데.... 점점 더 난 악녀의 모습으로만 비춰질 뿐입니다. 속이 상했습니다. 내 자신이 밉기만 하고 결국 나도 속물일 수 밖에 없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속물근성이 올라 오면서 부화를 돋굽니다. 너무 아픕니다. 내 몸이..... 아플때 아니 삶의 힘듬에 오늘은 더욱 더 엄마가 보고파집니다. 신호음만이 귓가를 울리는 전화기를 붙든 채 소리내어 흐느낍니다. "엄마! 나 너무 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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