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영화라는것이, 주관적일수 밖에 없지만,
이런 영화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게한 충격적이고도
감동적인 영화를 보았다.'텐미니츠트럼펫'.....
'베르너 헤어초크', '스파이크 리','첸카이거',
'빔 벤더스', '짐 자무쉬'... 등등 내로나 하는
명장 7명이 10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만들어낸 걸작!!
걸작은 쉽게 설명되어 지지 않는다란걸,
지금 텐미닛츠트럼펫을 보고난 소감을 적으려니 더욱
절실하게 느껴진다.
그 감동을 글로 옮기는일이, 가슴을 쥐어 뜯으며 울면서
영활 보았던 그 밤으로 들어가는 일을 오히려 방해만 하는것 같아서..
영화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었던 탓이라 해도 좋고,
세기를 대표하는 명장들의 작품 세계를 잘 모르고 있는 탓이라 해도
좋을,,, 그래서 받은 폐부 깊숙히 찔러오던 그 감동의 칼날을
난 '섬뜩한 감동'이라 부르리..
두번째 주제였던, '생명의줄'의 그 흑백영상과
시계소리만 똑딱이던 침묵의 공간이 주던 묘한기대와 설레임은
심상치 않은 피의 번짐으로 눈을 더 크게 뜨고 화면을 응시하게
했던것 같다. 아이가 자고 있다. 갓 태어난 보드라운생명체, 인
아이가 깊이 잠들어 있고 바로옆 침대엔 그 아이를 이 세상에
탄생케 했을 젊은 엄마가 악몽을 꾸는듯 괴로운 표정으로 잠들어
있으나 그녀는 현실로 돌아 올수 없을 만큼 잠의 늪에 빠져 있는
표정이다.
밖엔 빨래를 말리는 여자와
차에 앉아 가짜 운전을 하는 아이들과,
기다란 낫을 들고 추수를 하는 농부와,
한쪽만 남은 오른발 발가락에 실을 걸고 꼬고 있는 상이용사와,
밀가루를 반죽하는 여자가 번갈아 가면서 비춰진다. 대화도 없이
다만, 낫을 가는 소리, 시계가는 소리만 규칙적으로 들려오는
이 조용한 농가에 무슨 나쁜일이 생길것 같은 불안이 서려있다.
잠자는 갓난아이의 배꼽 부위에 번지는 흑백의 피..
아무도 이 아이의 피를 보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아이의
생명줄이 서서히 날아가는걸, 검은고양이가 발견한다.
마침내 터지는 울음,,, 화면속에 하나씩 드러났던 인물들이
갓난아이 주위로 모여들고,, 소독한 가위와 실을 이용해
아이의 배꼽을 다시 묶는 밀가루 반죽하는 여인이 아이를
들어 올린다..'루이진,나를 두고 떠날 셈이었니,,?'아이의 젊은엄마가
아이를 안으며 얘기한다. 엄마를 쳐다보며 생긋 웃는 아이의 웃음이
생기롭다. 모두 제자리로 돌아가는 사이 젊은엄마는
아이의 회생을 축복하는 노래를 부른다. 하늘의 기운과 땅의정기를
그러모으는 듯한 신비롭고도 아름다운....
10분간의 아름다운 얘기 '생명의 줄'이 보여준 이야기.
잠시, 물결이 흐르고 또다른 감독의 이름이 떠오른다.
'베르너 헤어초크' 그가 나즈막히 들려주는 이야기는
지구상에 마지막원주민으로 남아있던 '우르유'족에 관한 이야기다.
'문명'으로 부터 차단당한채 그들만의 세상을 그들은 만족스럽게
살아가고 있었다. 1981년 소위 '문명인들에게 노출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카메라에 경계의 눈빛을 보내던 추장은 너무도
건강한자연인으로 보였다. 우르유족들이 보여준 자연인의 눈빛과
그 강렬한 인상을 주던 '자연인으로서의 건강함'이 사뭇 걱정스럽다
라고 생각될때, 아니나 다를까,문명인들은 그들에게 옷을 주고
신발을 주고 생활용품을 건넨다. 수두며 이질등 문명의세계에만
속했던 몹쓸전염병들과 함께...
그들만으로 충분히 행복했을 우르유족의 공간엔 문명세계의 물질들이
사정없이 쏟아져 들어오고 그들은 조금씩 문명화 되어 간다.
그리고 그들은 또한 빠르게 약해져 갔다.
카메라는 잠시 세월을 건너 뛰어서 20년 후의 '우르유'마을로
들어간다. 곳곳이 파헤쳐진 아마존을 건너서 20년의 세월치고
너무 늙고 초췌해진 '우르유의 마지막 추장'이 서글프게 카메라를
맞이한다. 그는 '결핵'에 걸려 죽어가고 있었다.
뼈만 앙상하게 남은 추장'카포'의 몸엔 얇은 티셔츠와 바지가
거추장스럽지 않게 어울렸다. 추장의 조카는 자신이 '우르유'인임을
부끄러워 했다. 이제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비밀이 무너졌고,
'우르유'인들은 하나둘 사라져 갈것이다. 그리고 지구의 허파인
아마존은 해마다 엄청난 밀림이 사라지는 고통속에 놓여있다.
'문명'이 과연 지구에게 어떤 존재인가,,를 생각하게 했던
'일만년 동안'이 전해주던 메세지가 참으로 강렬하게 전해오는데..
곧이어 계속되던 '빔벤더스'의 '트로나로 가는 12마일'은
죽음의 공포속에서 얼마나 섬짓했던가.
그리고 죽음에서 삶으로의 그 아슬아슬한 외나무다리를
힘겹게 건너준 '케이트'의 미소는 어쩌면 그리도 아름답던지...
한 여배우의 고달픔을 어설프게 달래주던 '짧은휴식'도,
지난 미대선에서의 고어와 부시의 숨막히는 접전의 순간을
빠른템포로 보여준'우리는 강탈당했다', 그리고 유일한 동양인
감독으로 참여한 '첸카이거'의 깊이 감추어진 백송이 꽃'까지,...
10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트럼펫의 깊은울림속으로
일곱개의 각기다른 감동이 몰려와
가슴이 다 뻐근해져 오는 것이었다.
세련과 감동으로 잘 짜여진, 한편의 시를 읽은 느낌을 주었던
'텐미니츠 트럼펫'를 만난건 행복한 사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