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高同期 모임이 매달 초순에 있기에..
내 고향 대구를 자주 들락날락한다.
자주색 가방 흔들고 다니던 철없던 그 시절.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수많은 추억, 추억들의 매듭이어라.
한참 오래전..
女高 가스나들이 촌에 묻혀 사는 촌년 위로한다는 핑계로
봉고차를 대절내서 우리 집에 여행을 왔는데..
어촌이라 아마 쇠고기가 귀하리라 생각을 해서인지
대구 사과와 불고기를 엄청 절려 왔더라.
이곳 고장이 사과 곳이고 한우 단지인지도 모르고...
시절이 아름다운 청춘의 상징 봄(春)이라
집에서 해 먹기도 그렇고 가까운 거리에 있는
절경 보경사 계곡에서 전을 깔았고..
우리 일행은
여고시절의 추억을 잼있게 애기하면서 신나게 수다를 떨던 중..
불쑥 느닷없이...
K 아줌씨 왈!
“이 소고기 수입산이라써 질기고 담백한 맛이 하나도 없네.”
그 말이 땅에 떨어져서 흙 묻기도 전에 소고기 구입해 불고기 절인
N 아줌씨 왈!
“뭐라고? 그 유명한 청호 식육점에서 구입한 것인데
네가 쇠고기를 자주 못 대하니 참 맛을 어찌 알겠냐?
모르면 가만있어. 본전이라도 하게스리..“
골짜기가 떠나 갈 정도의 두 아줌씨 음성 높여 주고받고...
한판 신나게 싸움판이 붙은 기라..
그 당시
K의 남편은
시청 계장직 공무원.
아주 평범한 사람으로 살고 있었고..
N의 남편은
쭉쭉 빵빵 잘 나가는 외환은행 대출과장.
남편 덕으로 온 육신은 누런 금과보석으로 장식이 주렁주렁...
거짓말 좀 첨가해서...
무거워 걸음도 겨우 걷는다고 수군수군..
아마...
K 친구.
직업좋아 황금 추수 잘 하는 남편 자랑이 심했던 N 친구에게
평시에 아니꼽게 묵은 마음이 폭발 한 것이 아닌 가 싶기도 하고..
둘의 자존심 싸움은 계속되고..
우리 여고동기들은 그만 하라고 말렸지만
지들 밥 먹은..
머리통 굵은 인간들이라 남의 말은 귀전 밖이고..
모처럼 벌어진 야외 파티는 어두운 분위기로 흘러버렸고..
이래저래
준비해온 과일과 고기는
그냥 남아서 몇날 며칠 우리식구가 포식했지 비..
살면서..
업친데 덮친다 하더니..
K의 남편은 몇 번의 진급시험에서 떨어지고
홧김에 사표내서 사업에 뛰어들어서
좀 있던 재산과 퇴직금 툴툴 털고
다시 공무원으로 재 복직하면서 개구리 짐 받듯 힘겹게 살았고..
N의 남편은 은행지점장으로 탄탄대로를 걸으면서
황금모우기가 누워서 떡 먹기보다 좋은 시절을 보냈지 비..
존심 강한 K는
모임자리 같이 하면서 자기 자랑뿐인 N 친구를
꼴불견으로 몰아 부치면서 늘 못 마땅했고..
세월의 흐름을 누가 잡으랴..
얼마 전..
K 남편도..
N 남편도..
현직에서 물러나서 똑 같은 백조신세가 되었는데..
그 녀들..
또 다시..
말없는 자존심으로..
2차전이 붙었는 기라..
자식 농사로...
늘 지위와 경제적으로 몰리던 K.
자식들이 머리가 좋고,현명하다고 소문이 자자하더니..
아들들..
서울 S대학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큰 아들은 사법고시에 턱 붙더니
연수과정에서도 우수한 성적..판사의 길로 접어들고
작은 아들도 유명대기업에 스카우트되어 한 시름 놓았다고 하더라.
들어도 무겁지도 않는 남편복(福) 잘 얻은 N.
늘 사치와 풍요로움의 삶을 누리던 그 녀..
그런데 자식농사에서...
아들농사는 뭐 별로라고 여고동기들이 모인자리에서 입방아 찧고..
우리 여고동기들이 객관적으로
K와 N..
그 두 친구를 바라보면서.....
K는...
비록 가난하지만 자존심 하나는 대나무를 닮았고
타인들 앞에서 자신을 나추고 고개 숙일 줄 아는...
아들이 판사자리에 앉는 것은“아들자신의 노력”일뿐
부모가 자랑 할..자랑스러울 까닭이 없다면서
타인들 앞에 머리 숙이고 겸손을 보이는 장점을 추세우더라.
N는
은행 대출과정에서 커미션 챙기던...
그 시절의 그 줄을 남편이 잘 타서
그들 부부가 부(富)를 얻기는 했지만...
지나친 풍요로움의 황금이
자식들에게 -악의 축-이 되었다고 평하더라.
낼 모레..
새해 초순에 여고 동기들..
지난망년회 겸 신년모임이 있는데..
오늘 아침..
내 집 앞마당 전기 줄에서 까치가 와서랑..
반가운 소식을 전하는가 싶더니..
서울 살고 있는 K 친구가 “보고 싶다”면서
대구모임에 내려 가겠으니 함께 하자는 韓通을 때려 주네.
지난여름.
이 뇨자..
힘겹게 병과 투쟁하며 외로움으로 서울서 머물고 있을 적에
매번 찾아와서 랑...
고통을 함께하고 아낌없는 위로를 주었던 K 그녀..
이번 모임 후
우아한 카페에서 따끈한 한잔의 커피를 마시고 싶다.
N 친구야.
너도 함께 하자구나..
K와 지난날의 앙금일랑 깨끗이 지어 버리고..
나의 女高 친구 K,
그리고 N아..
팔팔하던 젊은 시절의 자존심싸움을 이제는 멈추어 다오.
우리 만나서...
철없이 순진하였던 여고시절 추억만을 담소하자꾸나.
덧없이...
'흐르는 세월이 약'이라고 하더라.
女高同期들이여!
지금부터...
우리 모두가 아름다운 중년의 삶을 엮어보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