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RL http://my.netian.com/~mihuh
제목 8박 9일의 긴 여정을 끝내고......
내 머리가 텅 비었다.
희뿌연 안개가 끼인 듯하다.
8박 9일간의 여행에서 본 것도 들은 것도 느낀 것도,
모두가 안개 속으로 사라진걸까.....
어떤 느낌도 생각도 없다.
무엇을 써야 할지도 모르겠다.
런던, 파리, 로마, 밀라노, 제네바 ,인터라켄,베네치아,프란체
어느 박물관에서 무엇을 보았는지,그 성당이 그 성당이고
고딕식 건물인지, 이오니아식이나 코린트식인지
베드로 성당이 로마의 어느 구석에 있었는지
하나, 분명한 것은 융프라우의 설경과 스위스의 호수이다.
효도관광 보내드리는 자녀들이 로마, 파리, 런던이라는 명찰을 미리 써주어서 사진 찍을 때 그 명찰을 달고 찍는다는 가이드의 말이 생각난다.
곳곳에서 한 메모 조차도 낮 설다.
많은 것을 보고 내 머리를 채우려던 욕심도 한 순간의 착각이었음을 실감하며 서글픔을 달래 본다.
효도관광을 온 어느 어르신의 말씀,
이 곳까지 와서 다 부서진 집들만 보여 주는게 무슨 관광이냐고
이것 보러 이곳까지 왔냐고....
그 어른들의 말씀에도 웃어 넘길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사실인 것을.....
그 나이에 그것을 본들 무슨 감회가 있으며,
인생살이에 무슨 도움이 될것인가
단지 보면서 즐기는 것 이외에 무엇이 있을 것인가....
우리의 넉넉치 못한 현실에서 나만의 욕심을 채우기 보다는 먼 장래를 위해 젊은이들이 많이 보고, 느끼고, 배우고, 비교하고, 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런던, 파리의 젊은이들을 보면서
좀 더 우리가 검소하고 개성있게 살아야 할 것 같았다.
파리의 거리에서 루비동 가방을 맨 사람를 볼 수 없었고,
영국의 거리에서 버버리 빽을 맨 젊은이들이 없었고
로마에서 프라다 가방을 든 사람이 눈에 띄이지 않았다면,
오히려 루비동,버버리 가방을 메고, 폴로 티를 입고, 진한 화장을 하고, 귀거리에, 팔찌에, 발찌까지하고, 이상하게 생긴 값비싼 상표의 운동화나 쌘달구두를 신고 있는 사람이 한국인이라면...눈을 내리깔고 휘젖는듯 걷고 다니는 사람들이 한국인이라면.
그들의 눈에 비친 우리의 모습은 어떻게 보였을까?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어쨋던 버버리 매장이나 면세점에서 한국인 안내원이 상주하고 있고,
정신 없이 물건을 고르는 모습들이 내 마음을 한 없는 부끄러움의 나락으로 떨어 뜨리고 있었다.
박물관에서는 한국말로 된 설명서 하나 찾을수 없었는데....
유럽 사람들의 모습은 너무도 검소 했다.
운동화에 티셔쓰에 열심히 걷는 모습,개성있는 그들의 모습에서 오히려 인간미를 느꼈다면,
공항 화장실에서의 재생 종이, 화장실 안의 전구는 스스로 켜고 끄게 되어 있었고,길 바닥은 곳곳이 땜방, 몇 백년 된 건물들의 모습,
다 낡은 길 바닥,우중충한 지하철 역,길의 폭도 옛날 그대로의 좁은 길,
좁은 거리에 노상 까페를 만들고 식당은 간신히 사람이 들어가 앉을 수 있었다. 차들도 모두 조그만하고,
낮고 자그마한 집들이 아담하고 작아 보였고, 자연을 그대로 살린듯 높다란 나무들과 발코니 마다의 빨간 제라늄은 우중충한 옛 건물에 포인트를 주었다.
길가엔 풀들이 자연스럽게 자라고 있고.
공원의 나무들도 한없이 하늘로 뻗쳐 올라가고 있었다..
옛 것을 간직하고, 소중하게 여긴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건지
새삼 나를 돌아보게 하였다.
IMF의 관리를 겪은 나라의 거리에 젊은이들이 너도 나도 버버리 가방에,바바리 코트를 입고 다니고 있다면,
상점마다 양주가 가득하고, 백화점 매장마다 명품관을 만들고,
명품을 입고 갖지 못하면 사람 구실을 할 수 없는 나라,
그들의 눈에 우리는 어떻게 비칠 것인가.....
루비똥 가방 하나 정도는 사오고 싶다던 우리 딸,
면세점에서 고개를 돌리고 나와 엽서를 샀다.
오히려 우리가 바보인지도 모른다.
한국 가서 사면 두 배를 주어야 살 수 있는데 말이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거부 하고 싶었다.
꼭 유명 상표의 옷을 입어야, 빽을 들어야,사람대접을 받는다는 의식부터 고쳐야 한다.
우리의 시각이 이렇다면 젊은 이들이 여행을 다녀와서 뭐 볼 것도 없다고 말하는 것이 당연 하리라.
그들의 모습이 우리와 너무도 다르기 때문이리라.
그들의 모습에서 배울게 없다고 생각 할 수도 있으리라
우리는 우리의 젊은이들이 올바른 안목과 올바른 시각으로 세계를 볼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그들에게 철학을 갖게하고, 주관을 세우게 하고,올바른 세계관을 갖도록 해주어야 하는게 우리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선 올바른 여행문화를 정립해주고 그들에게 보여 주어야 한다. 이것이 우리 어른들의 할 일이다.
또한 비싼 물건들을 사올 것이 아니라 그 돈으로 많은 아이들을 여행 길에 오르게 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도 올바르게 발전하고 우리의 강산을 자손대대로 물려 줄 수 있고 보전할 수 있으리라.
남의 나라를 보고 축복 받은 땅이라 감탄 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축복 받은 땅을 저버리지 말고 잘 보존하여 자손에게 물려 주어야 할 책임이 있다.
알프스의 초원을 바라보며,
나는 지금도 포크레인으로 잘려 나가 시뻘건 속을 들어내는 우리의 산이 안타깝고, 크게 지어야만 하는 집들, 높게 세워야만 하는 아파트들, 넓어야만 하는 길들,
넓은 대륙의 미국이 아닌 우리나라가 왜 이런 문화에 젖어
새 것을 좋아하고 큰 것을 좋아하는 나라가 되었는지 안타 깝다.
8박 9일 동안 보고 와서 무엇을 보았다고 ....
이렇게 쓴다는게 주제넘기는 하지만
그래도 내 시각이 맞다고 생각하기에 몇자 적어 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