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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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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 들여놓은 시어머님의 낡은 재봉틀 ---[일기14]


BY mujige.h 2000-09-08

어머님 그리고 아버님

추석이 되어오니 더욱 어른의 얼굴이 보고싶고 그리워 집니다

어제는 정말 만감이 교차 하는 날이였어요

당신들 생전에 버릴수 없어서 간직해 오셨던 물건들을 감히 제가 손을 댔네요

정말 보잘것없는 나무토막 하나 까지도 지하실 한구석에 갈무리 해놓으시고

행여 차후에라도 필요 하면 내어 쓰시려던 물건들이 지하실에 하나가득

담겨져 있었어요

오래도록 습한 지하실에 보관되어 있던 갖가지 물건들이

곰팡이에 덮히고 초라하여 더욱 가슴이 아팠습니다

낡을대로 낡아버린 거울..모습도 비춰 볼수없이 더러워져 있었고

대나무 동아리..다듬이 방망이..오래된 함지..귀떨어진 바가지..

낡아버린 옷가지..어항..수족관 부속들..

옛날 전축..빈 병..귀떨어진 냄비..쓰시던 요강까지.........

그리고 쓰시던 작은 수첩들....모두 제가 버리고 말았네요

당신들이 계시면 어림없을 일이었겠죠

그래도 어머니

당신께서 가지고 계시던 오래된 재봉틀은 소중하게 닦아서 들여 놓았네요

6.25 사변때에 뒷동산에 숨겨놓고

당신 집안의 모든 쇠붙이를 빼앗길때도 갈취 당하지 않으셨다는

말씀이 생각 났거든요

제가 결혼후에 아이의 이불과 요껍질을 어줍은 솜씨로 만들었을때에

어머님이 웃으시며 칭찬하시던 일도 떠올랐구요...

그랬네요

어지럽게 늘어놓은 잡동사니 앞에 앉아서 재봉틀을 만지며 한참동안

망연하게 앉아 있었네요

고물장사 아저씨의 눈독을 애써 외면하고는

"아저씨 이건 안되겠네요...."


오늘 이렇게 맘이 편한건 재봉틀을 잃지 않은 뿌듯함입니다

비록 나중에 새 식구될 며느리가 필요 없다하여 버릴지라도

소중히 여기고 갈무리하고 있을겁니다

지금도 재봉틀 소리가 부드럽게 달달거리며 들리는듯 합니다

저의 낡은 소장품 중 일호는 어머님의 재봉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