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답답해져오기 시작했다.
알 수 없는 공포감에 머리속까지 빙글빙글 도는 듯했다.
반사적인 몸짓으로 욕실까지 한달음에 뛰어들어갔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등허리로 느끼운 한기에 정신이 났다.
뱃속의 모든 것을 게워내고는 그만 정신을 잃었었나보다.
변기를 부여잡고 있던 나는 그만 설움이 왈칵 밀려왔다.
목젖의 얼얼함이 아직도 남아있었다.
힘들게 주방으로 나갔다.
눈에 익은 어둠이 오히려 나를 편하게 해주었다.
냉장고문을 열고,쏟아지는 불빛에 잠시 눈을 감았다가
물병을 꺼내들었다.
사막의 오아시스를 만난양 게걸스럽게 병째로 물을 마셨다.
식구중 누군가를 깨워 도움을 받고 싶었지만
난 아무도 깨울 수가 없었다.그럴 기운조차 남아있질 않았다.
강한 체질은 아니지만 좀체로 아프진 않는데,
아직도 메슥거리는 속과 찌뿌둥한 몸살기운이
사람을 참으로 지치게 만들고 있었다.
크리스마스 아침..
남편과 아이들의 부산스러움에 머리는 깨어났는데,
눈은 뜰 수가 없었다.
귀로 아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몸이 불덩이같은 나를 남편은 커다란 손으로 이리 저리 만져보곤
이내 방문을 닫고 나간다.
라면을 끓이는지 주방에선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연신 들려오고,
그 소리를 꿈결인양 오랜만에 달게 잠을 잤다.
목덜미부터 시원한 기운이 돌았다.
누군가가 부드럽게 머리카락을 쓸어 올려주고 있다.
이불도 목덜미까지 끌어다 덮어주고,
가만히 손을 잡고 있다.
부드러운 기분에 눈을 뜨고 싶었지만,
누구인지 확인하는것이 겁이 났다.
그리고..
이 아늑함을 유지하고 싶어 일부러 눈을 뜨지않았다.
꿈..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