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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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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개보다 하나가 좋을 때


BY 허브 2000-12-03


결혼하고 방 두개짜리 월세방에서
살았었다.
시동생을 데리고...

부엌이라고 있었지만
부뚜막이 반은 차지하고 있어서
별로 효율적이지 못했다.
그래서 냉장고를 우리 신혼방에
놓고 썼다.
그런데 시동생은
노크도 없이 밤 늦은 시간이건, 어느 때건
불쑥불쑥 우리 방문을 열고 들어와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마시곤 했다.

그래도 신혼인데
나름대로 장만한 원피스잠옷을
한번도 입어보질 못했다.

그 때 우리 시동생은 백수였다.
군대가기전 잠깐이라도 아르바이트 한다고
들어간 회사에서 손을 다치는 바람에
결국 군대도 가지 못하게 되었고,
한동안 다친 손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했었다.
오른손을 다쳐서 그런지
더욱 더 괴로워했던것 같다.

시동생은 친구도 참 많아서
궁색한 신혼집에 시동생의 친구들이
수시로 드나들었다.
어느땐 아주 와서 몇달동안 하숙을 하다시피 한
친구도 있었다.
한번은 시동생 생일을 치러준다고
시동생 친구들까지 초대해서
나름대로 음식을 장만하게 되었다.
그 때만 해도 할 줄 아는게 별로 없었다.
그래도 잔치 음식엔 잡채가 빠지면
서운하다고 잡채를 만들려고 했다.
그런데 남편이 참견을 하는 바람에
이맛도 저맛도 아니게 되었다.
난 챙피해서 그 잡채를 상에 올릴 수가 없었다.
결혼하고 처음 시동생 생일을
차려주는 거라 근사하게 잘 차려주려고
생각했었는데,
그렇게 실수를 하는 바람에
얼마나 낯이 뜨거웠는지 모른다.

이런 저런 일을 겪으며
2년을 그 집에서 살았다.
시동생은 취직을 했고
출퇴근이 힘들다며
서울에 있는 친구와 함께
자취를 하겠다고 따로 나갔고
우린 이사를 했다.
방 하나짜리 전세방이었지만
월세보다 전세라서 더 좋았던건지,
아님 비록 방하나지만
아주 조그맣게나마 딸려있는
그 작은 화장실이 좋았던건지
그건 나도 모르겠다.
아마도 두가지 다였겠지...

새 집은 연탄보일러를 개스보일러로
바꿔주었기 때문에
연탄을 갈아야 하는 번거로움도
느끼지 않아서 좋았고,
무엇보다도
연탄쓰레기 버릴때
한참동안 벌서듯이 올리고 서서
받아주길 기다리지 않아도 되니 좋았다.
팔힘이 없어서 그 땐 그렇게 오랫동안 위로,
그것도 무거운 것을 들고
위로 올리고 기다리는 그 시간이
내겐 너무 길게만 느껴졌었다.
그래도 그 골목에선 신혼인 내가
제일 젊은 사람이라서 그런지,
늘 연탄수거차 아저씨들은 내 짐을 제일
늦게 받아주었던것 같다.
그렇게 연탄재를 버리고 들어와선
난 왜이렇게 팔힘이 없을까 하며
눈물을 흘린적도 있었다.
그래도 남편에겐 힘들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새 집에선
불쑥불쑥 노크도 없이
벌컥 문을 열어 댈 시동생이 없어서
그렇게 입어보고 싶었던
원피스잠옷도 입어보게 되었다.
예전집은 화장실이 밖에 있어서
자다가 볼일을 보려면
옷을 챙겨입고 나갔어야 했는데
비록 아주 작지만,
방옆에 딸려있는 그 화장실이
내겐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

그래서 난 방 두개짜리보다
방 하나짜리가 좋았다.
두개보다 하나가 주는 기쁨이
그 땐 그렇게 달랐다.
두개보다 하나가 좋았을 때가
그 때였던것 같다.
그 어두운 반지하방에서
눈물짓고, 웃음짓고 하면서
지내온 생각을 하면
그래도 참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내 집을 장만하려는 꿈에 부풀어
옹색한 줄도 모르고 지냈던
그 시절이
그 방한칸짜리의 시절이 참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