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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184

나는 이렇게 자랐습니다.


BY 아니카 2001-07-17

중학생인 나..
장날입니다.
수업을 마치고 마을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나의 마음은 천근같이 무겁습니다.
드디어 버스가 석양을 등지며 다가옵니다.
버스에 올라타는 순간 시끌벅적한 소리가
내 귓속에 전해집니다.
나의 아버지의 술취한 목소리입니다.
친구는 "야 니네 아버지 아이가" 하며
나의 마음을 아는지 커다랗게 말합니다.
이럴때는 투명인간이라도 되고 싶습니다.

마을에 도착한 버스에서 내려 나는 바삐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엄마는 어느새 아버지의 술취한 목소리를 들었는지
도구 감추기 부터 하고 계십니다.
그리고 나선 밥상을 차립니다.
나는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곧이어 엄마의 목소리..
"어디서 이렇게 술을 묵었노. 방으로 들어가
주무소."
아버지는 엄마에게 목청을 높이십니다.
아마도 술사와라는 것 이겠지요.
결국 술을 안사오면 엄마에게 갖은 욕설을
하시고서는 나가십니다.
동네 가게로...

나는 아버지가 나가시고 나면
그제서야 나와서 다 식은밥을 먹습니다.
내가 잠들고서 나서
들어 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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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어제는 엄마와 모처럼 전화 통화를 했습니다.
초복이라서 마을회관에서 술 한잔 했다면서
사위 사업이 잘되는지 그 질문 부터 하십니다.
"엄마 어디 아픈데는 없어?"
"아프기는..."
울먹이십니다.
"나이 묵고나니 몸은 자꾸 쓰러지고
젊어서는 니들 제대로 못먹인게 애탔는데
이제는 무야도(막내오빠)장가가고
돈도 이제 필요없고 느들 잘살고 더이상
바랄것도 없다. 내가 죽으면 니 아버지때문에
니들 힘들것인데 우야노. "
엄마가 울면서 나에게 이런 말을 한것은
정말로 처음인것 같습니다.
어릴적 아버지 때문에 몰래 소리죽여 우시는것을
봤지만..
전화기에 아버지의 술취한 목소리가 들립니다.
엄마가 다급해지십니다.
"전화 나중에 자주해래 ."
나는 울었습니다.
엄마는 이렇게 평생을 사셨는데
나는 지금 엄마에게 너무도 잘못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엄마가 몇번 쓰러져서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해 봤었는데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합니다.
큰올케와 오빠에게 미안하셔서 어찌할줄을
모르십니다.
본인병은 아버지때문이라면 괜히 애들 돈만
써게 했다며..
가슴이 울렁거리고 귀가 멍해지며 소화도 안되는 증상이
아버지가 엄마 마음을 편하게 해 줄때는 괜찮은데
마음을 편하게 해 주지 않으면 그 증상이 나타 난다고
합니다.
칠순이 다된 두분을 이혼을 시킬수도 없고..
그렇다고 아버지를 알콜중독으로 입원 시킬수도 없고..
나는 잠을 청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아버지.. 제발 남은 생은 엄마와 두분이 행복하게
다정하게 사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