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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타가 거짓말을?


BY 합포댁이 2002-12-24


매년 이맘때면 우리동네 교회에 우스개 하나가 돈다.

산타가 거짓말을 했다며 따지러 간다던 당돌하고도 순진한 아이!!.

우리집 세째가 여섯살때니 97년 IMF때였다.

요새 아이답지않게 너무나 순진한 우리 세째는 그때까지도

싼타가 있다고 굳세게 믿고 있었다.

그래 크리스마스땐 싼타할아버지가 선물을 주는거라고

철석같이 믿고선 12월이 다가오면 그야말로 천사표였다.

그리곤 밤마다 자기전에 로보트 한대 주세요 하고

정성스레 기도도 하곤 했는데...

때마침 IMF가 터지면서 싼타엄마들이 교회에 모여 회의를 했다.

올해는 아이들 선물을 간소한걸루 하자고.

그래 엄마산타들이 생각한건 크레파스였는데...

크리스마스이브에 크레파스한통씩을 받아든 동네아이들이

모두들 군말없이 선물봉지를 풀고서 암말도 없는데

한쪽에서 난데없는 괴성이 터져나왔으니...

"싼타할부지 거짓말장이야 내가 언제 크레파스달랫어.

로보트 준다했는데 싼타할부지가 거짓말 하면 나뿐할부지야.

엉엉.. 왜 거짓말햇어 엉엉..."

바로 우리집 세째놈이다.

그냥 대성통곡을 하면서 교회목사님을 붙들고 따진다.

"목사님 싼타할부지집 어디에요 엉엉..."

세상에 이렇게 난감할수가 없다.

이런걸 순진하다고 해야하나 아님 똑똑하다고 해야하나.

제딴엔 로보트를 받을꺼라고 잔뜩 기대를 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크레파스라니 싼타가 자길 속엿다고 배신감이 든 모양이다.

다른애들은 픽픽 웃는데도 세째는 요지부동이다.

기어코 싼타할부지집이 어디냐고 따지러가야겠다고 북북 우긴다.

여섯살에도 싼타가 있다고 믿는 순진함에,

약속을 어겼다고 따지겠다는 당돌함에 어른들은 당황할수밖에.

그래 할수없이 궁여지책을 썼다.

지금 우리나라가 IMF 인거 알지? 그래 올해는 싼타할부지도

가난하단다.로보트는 너무 비싸서 못사고 대신 크레파스 보낸다고

목사님께 전화가 왔대. 대신 내년에는 꼭 로보트 보낸대.

어린맘에도 하도 IMF란 말을 많이 들어선지 금방 수긍을 했다.

대신 싼타할부지 전화번호를 가즈쳐 달랜다.

꼭 로보트 준다고 다시 약속을 해야겟다고...

그래 그번호는 목사님만 걸수있어 목사님이 대신 걸어준다고 했다.

그래서 대충 마무리는 되었는데 두고두고 우스개가 됐다.

요새 세상에 아직도 싼타가 있다고 믿다니...

그리고 싼타한테 따지러 간다고 한다니...



그러던 녀석이 이제는 크리스마스가 되어도 무덤덤하다.

벌써 세파에 시달려 그 순진무구하던 마음이 사라졌는지

아님 싼타의 허구성을 알아 시들해졌는지...

이제 세째대신 막둥이가 오늘도 다짐을 한다.

"엄마 싼타할부지가 선물 뭐 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