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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알팥죽 같은 숱한 사연들....


BY jeongann 2002-12-22

계절은 분명히 겨울인데 햇살이 너무 눈부시다.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나오는 길에 하늘을 올려 보았다.
파아란 하늘에는 뭉게구름이 두둥실 떠 간다.
오늘은 밤이 가장 길다는 동짓날이다.
아랫목에서 옹기종기 칠남매 모여 앉아
새알을 빚던 고향집이 그립다.
어머니께서는 서울 동생집에 계셔서
해마다 먹었던 팥죽도 올해는 먹지 못할 모양이다.
뒤돌아보면 정말 세월이 빠르다.
팥죽속 새알처럼 많은 추억과 사연속에
올 한해도 마무리하려 한다.
때로는 기쁨으로 탄성을 지르고
때로는 시련으로 한숨을 쉬면서 달려 온 한 해,
아픔이 빠져 나가면 추억이 된다고 했지.

지난해 이맘때는 아버님의 병이 심각함을 알고
부모님께서 사시는 아파트에 갔었다.
아버님과의 가까워진 이별연습을
받아 들이기 무척 힘든 상황이었다.

당신의 병세를 물으시고
걱정하지 말라고 하시던 아버님을 뒤로 하고
집으로 오면서 차안에서 가족들에게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살짝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난다.
그날 밤 아버님은 아무일도 모르시고 주무셨을까?
아니면 당신의 운명을 미리 아시고
잠을 이루지 못하셨을까를 생각하니 가슴이 메어 온다.

오늘은 아침에 출근하면서
아버님께서 평소 즐겨 입으셨던 점퍼를 입고 나왔다.
2000년 겨울 아버님께 사드렸던 점퍼를
아끼고 아껴 가면서 입으셨던 검정색 점퍼,
난 아버님이 그립고 생각 날때면
이 점퍼를 입고 나온다.

아버님 가신지 1년이 다 되어 간다.
하염없이 볼을 타고 흘러 내리는 눈물위에
인자하신 아버님의 모습이
오늘도 내 머리를 가득 채운다.

지난해 이맘때 아버님과
애타게 이별연습을 하면서 힘들었을때가 생각 난다.

아버님.
당신 누워 계신 곳은 차갑지 않으세요?
정말이지,
아버님,
1초만이라도 아버님을 뵈옵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