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도요아케시의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제한하는 조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354

디지털 세상인가 싶다.


BY 박 라일락 2002-12-22


12월 22일.
오늘은 일년 중 밤이 제일 길다는 동지 날이다.
음력 11월 19일이니깐 애기 동지도 아니기에
(옛 조상들께서 초승에 동지가 들면 애기 동지라 하고
팥죽 대신 팥떡을 해먹는 풍습이 내려오고..)
팥죽을 걸쭉하게 쏘려고 전날 팥을 푹 삶아 놓고
새알거리 찹쌀을 물에 담겨 놓았기에
손님이 오시기전 오전에 큰 대게 찜통에 한 솥을 쏘는데
울 아들놈 새벽 일터에서 돌아오면서 하는 소리..
“요즘에 누가 팥죽 먹는다고 이렇게 많이 해?”
하기 사 우리 집 사람들은 죽이라면 전복죽도 싫다고 하니..
나 역시 죽 먹기 싫어서 아파도 어지간하면 일어나니깐..


그 옛날..
갓 시집와 풋 각씨시절..
동지 날.
서 말지 조선 솥에 가득히 팥죽을 쏘았는데
때마침 샛바람(북동풍)은 불고 장작불은 빨아들이지 않으니
연기가 굴뚝으로 빠지지 않고 아궁이로 역풍해 나오면서
콧물 논물 뒤 엉켜서 울던 그 시절이 생각난다.
왜 그 시절 팥죽을 많이 쑤었는지..
옹자배기에 퍼서 장독위에 꽁꽁 얼어붙도록 두고
몇날며칠 밤참으로 동 김치 곁들여 먹기도 하였으니..
장난질 좋아하는 동네 아낙들..
남의 담 넘어 팥죽 담긴 옹기체로 몽땅 들고 가서
동지긴긴 밤에 새참으로 먹으면서 희희낙락 날 새는 줄도 모르고..


시대가 변한다고..
동지 풍습도 디지털 세상인가 싶다.
젊은 부부가정은 팥죽의 개념도 아예 모르니 쑬 생각도 안하고..
가게에 오시는 손님들에게
동지팥죽 맛을 보라고 상에 올렸더니
중년 이상의 나이가 드신 분들은 맛있다고 다 드시는데...
젊은 분들은 뭐 별로인가 싶다.


아마..
머지않아 동지의 팥죽풍속도 우리 곁에서 영원히 사라지리라.
팥죽의 붉은 색깔..
집안의 재앙을 쫓아낸다는 그 말도 영영 잊어버리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