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무뚝뚝이 신랑 라면가게 쉬는 날.
그래서 신랑이 좋아하는 취미...스노우 보드 타기! 를 하러,
강촌리조트에 왔다.
그러나 난 강촌리조트 콘도 내의 한 PC방에 홀로 있다.
그렇다! 난 스노우보드는 커녕 스키도 못타는 몸치인 것이다.
그런데 왜 따라왔느냐?
신랑 혼자 스키장엘 혼자 보내면 얼마나 안쓰러운가!
난 집에서 퍼질러 자고 TV보면서 편히 있을 수 있지만, 신랑은 동행해 주는 사람 없이 얼마나 외롭겠는가...
그러나 역시 우리 무뚝뚝이 신랑은 혼자가도 상관없다고, 스키도 안 탈 애가 따라오는게 더 불쌍하다고 한다.
하지만, 신랑을 사랑하는 마음이 애틋한 나는 신랑을 혼자 보낼 수는 없는 노릇!
그래서 새벽 1시 넘어 잠들어 새벽 4시 30분에 깨서 3시간 걸려 여기까지 따라 왔다.
카페라도 있으면 커피 마시며 책 읽으려고 두꺼운 <백범일지>가져 왔다.
책 읽기 싫으면 그림 그리고 놀려고 A4용지랑 색깔 펜도 가져 왔다.
..그러나...지금 시간, 9시 28분. 이 꼭두아침에 스키장 카페 들어가서 글씨 깨알같은 <백범일지>를 붙들고 책을 읽는다면, 분명 미친년 취급받을게 분명하다. A4 용지를 꺼내어 낙서를 해도 미친년 취급 받을게 뻔하다.
그래서 PC방으로 왔다.
그러나...여기에도 나밖에 없다. 아무도 없다.
점점 쪽팔려진다.
내가 여길 왜 따라왔나...
집에서 MBC 서프라이즈나 볼 것을 그랬다.
신랑 안쓰러워서 쫓아왔는데 내가 더 불쌍하다.
카메라는 비록 자동카메라지만 삼각다리까지 가져 와서 찍지는 못하고 들고만 다닌다. 카메라 밧데리도 나갔다. 젠장. 매점에서 4500원짜리 건전지를 사서 끼웠는데, 잘못샀다. 너무 작다..매점으로 다시 가서, 바꿔달라는 소리도 못했다. 포장을 다 뜯었으므로..다시 샀다.
저 작은 밧데리는 어데다 쓰나...
건전지 새로 끼운 카메라로 신랑 찍어주려고 기다리다가 한 장 찍었다.
들어있던 필름이 다 떨어졌다. 다시 새걸로 갈았다. 카메라 찍는 시간보다 삼각다리 끼우고 밧데리 갈고, 필름 새로 끼는 시간이 더 걸린다.
스노우 보드 타고 하얀 산을 휙휙 내려오는 멋진 모습을 찍어주겠으니 다시 산 위로 올라가라고 했다. 그런데, 리프트 타고 산으로 올라간 신랑이 어찌나 안 내려 오는지 추위를 참지 못하고 그냥 PC방으로 와 버렸다.
전화해서 난리다.
"나 디게 잘타는데 왜 안 찍어주고 사라졌어!!"
"추워."
PC방 아저씨가 나 뭐하나 볼려고 괜히 의자정리 하는 척 하면서 왔다 간다....이게 왠 개쪽이람.
12시에 만나 점심 먹기로 했는데,..나 그 때까지 어떻게 여기 있냐..
이용료도 1시간에 2500원이다. 제길. 2000원 예상하고 왔는데.
우리 동네는 1000원인데.
...아...이제 겨우 9시 37분이다. 10분도 안 지났다.
나, 계속 이러고 있어야 한다.
<백범일지>는 왜 가져왔는지 모르겠다. 한 장도 못 읽고 갈게 뻔하다.
48색 색깔 펜은 또 왜 가져왔는지 모르겠다.
20장 넘는 A4용지는 왜 가져왔을까...
생각할수록 신랑은 따라 온건 미친짓이다...
그런데 여기 컴퓨터 모니터 대빵 크고 속도 열나 빠르다.
우리집 것도 여기 속도 반만 닮기를...T.T
오랫만에 나타난 꼬마주부의 기운없는 넋두리였습니다..
다들 안녕하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