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째 계속 비가 내린다. 얼마전까지 가뭄에 목말라 하던 농부들의 부르짖음을 멀리한 채 너무 내리는 비로 피해가 늘어나면서 하늘을 원망하는 소리가 높아진다. 죽죽내리는 비를 보노라면 그옛날 어린시절이 생각나며 동시에 아빠가 그리워진다.
비가오고 천둥번개가 치던 어느날 아빠는 논에 물꼬를 터주어야 한다고 하시면서 삽자루를 들고 나가셨다. 말리는 엄마를 밀쳐내며 자전거를 타고 나가셨다. 걱정하는 엄마 몰래 난 우산을 쓰고 빠르지도 않은 발걸음으로 논을 향했다. 논이 가까워질수록 온세상은 깜깜해지고 번개만 번쩍번쩍......
너무 무서워 아빠를 부르면서 울었다. 어떻게 들으셨는지 아빠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곧바로 자전거를 타고 내게 오셨다. 그리고는 가까운 이웃집으로 데리고 가셔서 따뜻한 물한잔을 얻어 먹이고 손을 꼭 잡아주시면서 왜 왔냐고 하셨다. 아빠가 걱정되어서 왔다는 말에 이웃집 아저씨도 아빠도 한숨을 쉬면서 다음엔 절대 그러지 말라고 하셨다.
비가 그친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빠는 천둥번개는 죄지은 사람이 무서워 하는거지 착한사람은 절대 헤치지 않는다고 하시면서 껄껄 웃으셨다. 30년이 흐른 지금 아이들이 천둥번개를 무섭다하면 난 아빠와 똑같은 얘기를 해준다. 그런데 지금의 아이들은 너무 과학적으로 알아서 내게는 천둥번개 이야기가 옛날얘기가 되어버렸다.
하루종일 비가내리는 오늘 잠시 잊고있었던 아빠의 생각이 간절하다.
아빠! 하늘나라는 비도 안오고 천둥도 번개도 없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