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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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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골거리는자존심


BY 밥푸는여자 2002-12-17




남들은 크리스마스다 송년이다..마음이 분주하니 바쁘고
은은한 촛불을 밝히고 분위기 죽이게 흐르는 음악과 찻잔
에 흐르는 감성의 낭만을 읊조리며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
기도하고 뭐 우짜우짜 그렇게 보낸다는 연말이다.

갑자기 서두에 고상한 내용을 적느냐하면.. 흠..좀 말하긴
남사스러워도 나도 이론적으로나 심적으로는 가슴에 휘몰
아치는 그런 동요를 한번쯤 느끼기도 하고 가져보기도 할
줄 안다는 것을 밝히고 싶은 서러움 때문일찌 모르겠다.

어쩌면 대비된 내 쪼골거리는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면 웃기는 일이 되는지도 모르겠다. 사연인즉 시장통
한바퀴를 휘저어 무우청줄기 좀더 설명하자면 말린 후 시레기
국을 끓어먹기 좋을만한 건강하고 토실거리는 놈(?)으로 주어
담다가 이런저런 생각에 생긴 쪼글거린 자존심인거다.

함께 장보러 간 아짐도 그냥 삶아 놓은 거 좀 사다먹지 식구가
얼마나 된다고 궁상(?)을 떨고그래.. 뭐시라 궁상이라고라..
니들이 시레기 다듬고 삶고.. 마당 한구석 어디쯤에 매어달려
햇살 좋은 날 산들산들 불어오는 차디찬 겨울바람에 말린 시레기
를 구수한 된장에 멸치 다시물 내어 끓인 국맛을 알어?

가재미눈으로 힐끗 흘기고나서 말없이 쪼구리고앉아 없앨
거 없애며 다듬는데 갑자기 가슴에 돌덩이 하나 쿵~ 하며
눈물이 나는거다. 어릴적 할머니는 겨울 김장철이 지나고
나면 늘 양지바른 마당에 앉아 시레기를 골라 겨울 한 철
국거리와 나물거리를 장만하셨다.꼬물거리는 내 작은 손에
한줄기씩 집어 주시던 할머니가 그리워 보고싶어지는거다

제 아무리 내 심보가 두터워도 그거 골라 담는거 아무리
수퍼주인에게 양해를 구했다고는 했다지만 사실은 쪼메
낯이 근질거리기는 했다. 오고가며 왜 힐금거리며 쳐다
보는겨~ ...치 ~ 그러기나 말기나다..

어쨌거나 집으로 가져 온 무우청줄기를 온 집안에 야릇한
냄새를 풍겨가며 푹푹 삶은 후 이틀을 다시 물에 푸욱~
담궈낸후 다시 헹궈내서 꼬옥 눌러 짰다. 에게게~~ 가져
올때 그리도 많더니 숨이 죽으니 그 양도 별거 아닌거다.
사람도 가끔은 제 스스로 넣은 자만의 후까시(?)를 푸욱
삶아내어 꼬옥 짜면 내실있는 시레기처럼 될까싶다.

엇저녁 내내 삶은 시레기를 한끼씩 끓어먹을 양만큼 나누어
비닐팩에 넣어 냉동실에 넣고 문짝을 쾅! 닫는데 왜 그렇게
기분이 흐믓한지..흐흐~건들건들 마당에 내어말린 시레기는
아니어도 겨울내내 멸치물 욹어 내어 구수한 된장 시레기국
맛나게 먹을 생각을 하니 기분이 삼삼.. 아참참참.. 내일쯤
함께 장보러 갔던 아짐집에 한덩이 던져주고 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