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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소송을 하고 있는 중 배우자의 동의 없이 시험관 시술로 아이를 임신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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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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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념 많은 밤.....두 걸음 떼는 글


BY 어수리 2002-12-17

아이 아빠가 파트 타임으로 일하는 병원에서 있었던 일 하나.
새벽에 웬 아이 엄마가 울면서 아이를 데리고 들어오더랜다.
진단서를 끊으려고 왔는데, 아이가 다니는 학원 원장이 아이를 겁탈한 듯 싶다고 하더랜다.
진단 결과는 그렇다라고 나왔고...
그런 얘기들, 우리 주변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그 숱한 일들을 들어서,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지만, 아이 아빠에게 그 이야기를 전해 듣는 순간,난 너무 놀라 어찌 할 바를 몰랐다.
우리 두 부부는 처음에는 그 아이와 엄마를 생각하며 애처롭고 안타까워하다가 급기야 분노와 적개심 가득한 대화들로 그 이야기를 끝맺었다.
아이는 이제 겨우 다섯살의 계집아이,
그 원장은 40대의 중년 남성.
아이의 빈약한,겨우 여성을 표현하는 그 조그마한 몸뚱아리와 거대한,끔찍하리만치 거대한 중년 남성의 몸뚱아리가 눈 앞에 그려지고,
나는 또 한번 몸서리를 치고 만다.
아이 엄마는 울면서 새벽을 기다렸을게다.
사람들 입에 쉽게 올려질 것도 생각하고,
아이의 장래도 생각하면서
인적 없는 병원에 겨우 아이손을 이끌고 찾아 왔을게다.
피해자이면서도 드러내 놓고 그 상처를 호소 할수 없는 우리네 현실 때문에
아이 엄마는 그 새벽길을 울면서 걸어 왔을게다.
상상하기도 끔찍하지만 나라면 어찌할까 생각해본다.
남편에게 물어보니,그이는 주저 않고, 죽지 않을정도로만 패준댄다.
개값을 물어주는 한이 있어도, 사람을 시켜서라도 패준댄다.
아이아빠의 완력으로는 누구를 흠씬 패주는 게 무리일 것이고, 그러한인간은 이미 사람이라기보다는 동물이라고 여기는 그이의 말에 우선은 재미났지만 참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듯 법보다 주먹이 먼저이게하는 우리네 현실때문에 답답했다.
예전에 보았던 영화들의 한장면...밤길에 성폭행 당했던 한 주부가 법정싸움을 하면서 겪는 숱한 우여곡절들,
결국엔 가정도 파탄나고 재판엔 이기지만 홀로 남게 되는 그여인.
또 다른 영화...
딸 아이가 성폭행당하고 자살하자 그 엄마가 범인들을 찾아다니며 복수하던'에미'라는 영화가 문득 떠올려지면서 이런 영화속 내용이 실제가 되기 이전에 우리네 어둡고 답답한 사회 풍토에 빨리 밝은 빛이
넘실거렀음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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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 잠들어 있는 이제 여섯 살 박이 딸 아이를 바라본다.
저 순수에 겨운 육체가,마음이 앞으로 이땅에서 살아가면서
입게될 그 수 많은 성적 오물들을 생각하니
그냥 이러고 앉아 있을 게아니라
일단 지하철이나 버스안에서 여자들을 추근대는 인간들부터 잡으러 갈까 하는 조급한 마음도 든다.
이 땅의 여자들이 누구나 겪어 오고 있는 만연화된 성희롱에서 성폭력,성학대등등이 제발 저 어린 계집아이의 미래에만큼은 사라져 가기를 바라는 간곡한 소망을 갖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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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내가,내아이에게 그러한 일이 일어나는 경험을 하게 된다면,
나또한 영화속 '에미'처럼 복수의 칼날을 갈지 모를 일이나,
어쩌면,
새벽길을 울면서 아무 영문도 모르는 딸애 손을 이끌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