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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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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부터 새해이다


BY 후리랜서 2000-12-01

2000년의 마지막 달...
벌써 12월이다.
Y2K의 악몽이 바로 어제였던것 같은데...
정말 세월 한 번 찰라이다.

시 쓰고 노래 부르는 사람,'백창우'는
12월을 한 해의 시작이라고 말을 한다.
그러니까 그에겐 2001년 1월 1일이 새해가 되는게 아니라,
2000년 12월 1일이 새해가 되는 셈이다.
그는 오늘(새해라서), 1년에 한 번 하는 방 청소도 하고,
일기도 새로 쓰려 한다고 한다.
봄에는 여름이 잉태되어 있고,
여름엔 가을이,
가을엔 겨울이,
겨울은 또 봄을 잉태하고 있는 것을 보면,
12월을 새해라고 주장하는 것도 억지는 아니리라.

그래, 오늘부터 새해를 맞이해 보자.
부지런한 새가 많은 먹이를 구한다고 했던가.
많은 먹이는 필요 없지만, 좀 일찍 서둘러 본다.
수첩을 꺼낸다.
첫사랑 애인을 마음 속에서 지워 내듯,
오래 부르지 않은 이름을 지우기도 하고,
입술을 달싹이며 말을 처음 배우는 아이처럼,
다시 발견한 생의 기쁨처럼,
수첩에 새 이름을 적어 넣기도 한다.

그러면서 나는 생각에 잠기게 된다.
나는 과연 다른 사람의 수첩에서,
살아 남게 될까?
아님, 싹싹 지워지게 될까?
잠시 등골이 오싹해져 부르르 몸을 떨어본다.
나는 그 누구에게 소중한 사람이 되어 주었을까?
그 누구에게 생채기를 내는 사람이 되었을까?
농담처럼 가볍게 살던 일상도 잠시 진지해지는 얼굴이다.

오랫만에 뒷산에도 올라 본다.
나무들을 만나고,이름모를 들꽃들과 어색한 인사를 나눈다.
서러운 가을을 지나는 동안,
내 가슴을 시원하게 부채질 해주며 위로가 되주던 단풍...
피토하는 그리움을 이제사 다 토해내고,
다가 올 겨울에 벌써 조막손이 되어 버렸다.
조막손이 된 단풍을 하나 주워 내 뜨거운 뺨에 부벼본다.
그 선명한 그리움을 어디에다 부채질해 보내 버렸을꼬?
내 그리움도 단풍따라 바람에 훨훨 날려 보내야 할까부다.
12월 1일...
바로 새해의 시작이니 말이다.
일찍 손을 내밀어 반기는 것도, 그리 나쁜 일은 아닐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