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손주 별이를 키운지 만 6개월이 지났습니다.
할아버지는 반돌이 지났다고 했습니다.
반세기 반백년이란 말은 들어봤지만 반돌이란 말은 생소합니다.
7개월의 첫날 내외는 얻은 것이 너무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두런두런 두 노인네들이 주고 받은 이야기를 적어 봅니다.
1. 별이는 우리에게 참된 기쁨을 주었습니다.
종일 "예뻐요" "착해요" "사랑해요" 하다가 하루해가 지납니다.
dong을 싸도 냄시도 안나고 예쁘기만 하고
울고 떼를 써도 그 모습이 웃음이 나와서 어쩔줄을 모릅니다.
아가가 주는 기쁨은 세상이 주는 기쁨과 다릅니다.
생명의 근원이 기쁨인 것은 틀림없습니다.
2. 어릿광대가 됩니다.
아기의 벙긋 웃는 웃음을 한번 볼려고 가족 모두 탤런트가 됩니다.
어릿광대가 된 할미를 구경하는 도도한 방청객 손주놈은
이상한 나라에 온것처럼 멀뚱멀뚱 하다가는 싱끗! 웃어줍니다.
그 맛에 세월이 어디로 흐르는지 모릅니다.
3. 조용하게 사는 맛을 알게 됩니다.
물소리 때문에 화장실도 못갑니다.
커피잔 하나도 살그머니 놓아야 합니다.
컴퓨터 타자소리도 신경쓰입니다.
고요함의 미학에 심취합니다.
아기가 자는 시간은 수도사가 됩니다.
환청을 느낄 정도로 아기 소리에 예민해지고 소리감각이 달라집니다.
꼭 필요한 전화만 하게됩니다.
4. 부지런해 집니다.
아기 깨면 놀아주어야 하므로 자는 시간에 조용히 부지런히 일하고
아기깨면 아기를 업고 할 수 있는 이것저것 동시다발적으로 일을 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젖병 삶고, 보리차 끓이고. 죽 쑤고. 아기 빨래 삶아 널고 개고 정돈하고.
과일 갈아서 쥬스만들고, 두유 과자 치즈도 먹입니다.
목욕시키고. 일광욕도 하고, 사진 찍어주고 . 보행기, 목말, 태워주고.
이야기도 해주고 찬송부르고 기도도 함께 하고 등등
5. 온 가족이 하나가 됩니다.
아기 앞에서 큰 소리는 금물입니다.
웬만한 일들은 아기 웃음에 묻어서 해결됩니다.
아기 앞에서 언성이 높아지거나 의견충돌을 노골적으로 하는 법은 없습니다.
밥상에 마누라없이 알아서 먹고 나가는 할아버지!
아기 보는 빽이 대단합니다.
아기를 핑게로 모든 가족은 잘도 참아냅니다.
밖에서 일을 마친 가족들은 속히속히 집으로 옵니다.
아기가 궁금해서...들어올 때는 대문에서부터 웃음이 번집니다.
이보다 더 좋은 일은 없습니다.
6. 돈과 시간이 많이 절약됩니다.
아기 보느라 밖에 나가지 않으니 꼭 필요한 일 이외에 외출이 없어집니다.
물론 돈과 시간이 낭비됨을 막습니다.
벗들과 함께 할 시간이 줄어들었지만 그리움을 채울 수 있으니
어쩌면 더 벗들에 대한 소중함을 배운지도 모릅니다.
시장도 안가고 김장 김치로 버티다 보니 식탁이 붉어졌습니다.
하지만 밥맛에 입맛을 보태니 돈 굳어지는 맛도 좋습니다.
7. 깨끗해 졌습니다.
아기가 조금 커서 행동반경이 넓어지자 청결함이 우선입니다.
아기 손 닿는 곳마다 초비상이고 아무것이나 직통 아기 입으로 들어가므로
눈만 뜨면 청결 또 청결입니다.
8. 사명감과 건강관리에 투철해 졌습니다.
할아버지는 아파트가 건조해서 감기 걸린다고 가습기 물당번이 되었고
곳곳에 위험한 곳마다 테이프로 안전점검을 철저히 합니다.
창틈에 문풍지를 붙이면서 옛날 할아버지 생각에 젖었습니다.
할미는 감기도 걸리면 안됩니다.
아기 봐야 하기 때문에 사명감을 가지고 먹고 자고 건강관리를 합니다.
건강관리뿐 아니라 하루종일 운동량이 많아 건강해 졌습니다.
어떤분은 아기의 기가 할미에게 들어오나보다고 할미가
고단할텐데 피부가 더 윤기가 난다고 합니다.
가사노동이 운동과는 다르다고 하지만 아기 안보았더라면
그나마 더 움직이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9. 신앙심이 더 깊어갑니다.
아기와 매일 아침 찬송하고 기도합니다.
감기로 코가 막힌 아기가 젖을 빨지 못합니다.
코딱지 하나도 뽑아줄 수 없는 할미가 아기를 키운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생명은 하나님께 있으며 그이와 내가 만나지 않았다면
손주는 이 땅에 태어날 수 없는 이름입니다.
그이를 만나 가정을 이루게 된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크신 하나님의 섭리임을 실감합니다.
아기는 믿음 없이는 키울 수 없습니다.
10. 희생을 배우게 됩니다.
아기를 위해서는 많은 것을 보류하고 포기합니다.
가족들이 음식점에 가서 회식하는 것을 보류합니다.
담배연기 나고 사람 많은 곳에 아기를 데리고 가기 조심스럽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영화도 오락도 많이 접어둡니다.
아기를 위해서는 잠도 포기하고 끼도 거르기도 합니다.
아기를 위해서는 무엇이던 참을 수 있습니다.
아기가 최우선입니다.
귀한 것을 위해서 덜 귀한 것들을 담대하게 포기하면서
참된 희생이 무엇인지 사랑의 위력이 무엇인지를 체득해 갑니다.
아기는 건조하고 습관적인 삶의 나른함을 생기있고 벅찬 감격으로
새롭게 하는 생명력이 주는 원초적 기쁨이요 행복입니다.
가족홈피 주소 http://www.nss45.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