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잠결이었나보다.
남편과 함께 자던 습관이 아직 남아있어 옆에서 느껴지는 사람의 품을 파고든다.
오무라진 팔을 빼어 내 머리에 베고
가슴을 더듬거리는 순간
" 에이씨 모야? "
날카로운 소프라노 소리에 화들짝 놀라 눈을뜬다.
엉겹결에 일어나 옆사람을 내려다 보니
그 사람은 남편이 아닌 딸아이였다.
" 미안해 "
진심으로 사과를 하고 아이를 도닥여 잠을 재운다.
그렇게 해서 한번 깨어진 잠은 다시 들줄 모르고
엎치락 뒤치락 하다보니
간절하게 남편 생각이 난다.
우리가 사랑을 나눈게 언제였던가?
그리 오래 된것같지않고 어쩌면 아주 오래된것도 같고...
내나이 사십중반.
아직은 여자이고...
사랑을 할줄도 사랑을 받을줄도 아는 그런 한참의 나이인데...
정신없이 힘들어하고 괴로워 하며 지내느라 까마득...잊은듯도 싶은데.
조금씩 나를 돌아보게 되고.
조금씩 또한 마음의 안정을 찾게되니
여자의 본능...
그것이 고개를 내민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서 전날의 남편과의 사랑 얘기를 들을때도.
부부간에 와서 담뿍 정겨움으로 식사와 술을 나누는 모습을 볼때에도.
젊은 연인들의 사랑스런 애정표현을 볼때에도...
난 애써 외면을 해 왔는데.
나도 여자인지라
나도 사람인지라
나도 아직은 따뜻한 가슴이 남아있는지라
그들처럼 함께 잠자리에 들어 사랑을 나누고 싶다.
언젠가는 무디어도 지겠지만
아직은 내 피도 뜨거웁기에
겨울밤이 더욱 길기만 하다.
남편은...
내가 이렇게 자신을 필요로 할때
누구와 함께 있을까?
내게 들려주던 정다운 목소리 어느 누구에게 들려주며
날 위해 내어주던 팔벼개 어느누굴 베어줄까?
머리카락 한 올까지 그렇게 소중히 사랑을 베풀던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어느 누굴 사랑하며 어느누굴 위해 살고 있을까?
또한...
남편을 생각하며 이글을 쓰고 있는 이시간에도...
남편은 무얼하고 있을까?
차라리...
죽고 없는 사람이라면 그리움도 보고픔도 없을텐데...
같은 하늘 아래 살면서 볼수도 만질수도 없어 더욱 가슴이 시려온다.
그사람의 가슴에 어쩌면 나는 흔적조차 없을텐데
긴긴 동짓달 이 밤을 나는 혼자서 잠못 이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