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을 낳아 키우면서...
한두번쯤 가슴이 조여드는 아픔을 겪었을 것입니다.
다른 누가 아파도, 자식이 아픈것 만큼 가슴저린 일은
없을테니까요.
전 작은아이로 인하여 많이 마음을 조리며 살았습니다.
산다는 것이 이처럼 가슴아프고 서글픈 일만 있다면
살 수가 없겠지요.
작은녀석은 생후 2개월만에 중환자실에 입원을 합니다.
아무리 어리다 해도 중환자실엔 보호자가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링거 꽂을 혈관이 없어 머리를 밀고 바늘을 꽂습니다.
어미된 심정으로 그 아픔이야 어찌 말로 다 할 수 있겠습니까!
그저 내가 무엇을 잘못했다면 용서하소서란 기도만 되뇌일
뿐이지요. 그것을 시작으로 작은녀석은 늘 몸이 아파 어미의
가슴을 서늘하게 만들곤 했습니다.
유치원 캠프를 가야하는 여름방학이 되었지요.
녀석은 여러날 전부터 코피를 쏟고, 고열로 움직일 힘이 없었지요.
또래 아이들보다 유난스레 영특했던 아이는 아파도 징징거리는
일이 없었습니다.
잠못자고 간호하는 어미 걱정을 하느라, 늘 기도를 하는
모습이였습니다. 이곳저곳 병원을 옮겨다녀 보지만 아이의
병세는 좋아질 기세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결국은 탈진상태가 되었습니다. 남편에게 전화를 했지만 바쁘다
합니다. 초등학교 2학년인 큰아이를 앞세우고 아이를 등에업고
출석하는 교회에 갑니다. 담임목사님께 안수기도를 받으러...
택시를 잡아타고, 마음이 급해 가까운 종합병원에 데려다
주세요. 란 말만 했습니다.
응급실에서 수속을 밟고, 감사를 해야하고 혼자 감당하기엔
벅찼지만 어미이기에 가능했습니다.
입원을 시켜놓고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지요.
늦은밤 들여다 보고는 큰아이를 데리고 돌아갑니다.
친정어머니가 오시고... 날마다 사그러 드는 아이를 보면서
어미로서 해 줄 수 있는것이 한가지도 없다는 사실에 울었습니다.
검사는 날마다 하면서 결과는 나오지 않고...나흘이 지났습니다.
같은병실의 엄마들이 걱정들을 하십니다.
좀더 큰 병원으로 옮기라구요...
그날 목사님께서 병문안을 오셨습니다.
배웅을 하러 엘리베이터 앞으로 갔습니다.
목사님께서 제손을 잡으시며, "사람이 죽고 사는일은 하늘의
뜻이야, 마음 단단히 먹고, 준비하는게 좋겠네!." 하십니다.
전 무슨 소리인지 귀에서 웅웅거릴뿐 머리속에 들어오는 말은
단 한마디도 없었습니다.
병실에 와보니 아이가 이상합니다. 호흡이 점점 느려지고...
고열로 혼수상태인듯 합니다.
간호사를 불러 당직의사를 불러달라 부탁을 했지만 감감합니다.
전 화가 났습니다. 아이가 죽어가는데, 몰라라 하는 병원측에대해...
집으로 전화를 걸어 남편을 불렀습니다.
남편은 막내오빠와 함께 도착을 했고, 아이를 들쳐업고
병실을 나섰습니다.
병원직원들이 나와 저지를 합니다. 엘리베이터를 가로막고
욕설을 합니다. 함께 욕을 하며 싸웠습니다. 난 어미이니까...
모대학병원 응급실에 도착을 하니 당직의사가 제게 화를 냅니다.
이렇게 되도록 두면 어떡게 하느냐고...
경위를 설명할 틈이 없었습니다. 당직의사가 간호사를 불러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아이의 비명소리가 들리고, 뺨을 때리는
소리가 계속들립니다...
새벽이 밝아오도록 아이는 깨어나지 못하고, 급기야는 수술실로
들어갑니다.
아침이 열리더군요, 자식이 죽어가고 있어도 아침은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현관을 밀고 나무 그늘로 갔습니다.
제가 대신가면 안?튿楮?. 저를 데리고 가시면 안돼시겠는지요!.
아침을 만나 통곡을 하고 수술실에서 나온 아이곁에 와보니
아이가 웃습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병실로 옮겨놓고 남편과 교대를 하고 집으로 갔습니다.
무책임한 그 병원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병원비 계산하러 오라고...
샤워를 하고, 어머닌 밥한술 먹고가라 하시지만 자식이 누워있어
그럴 수 없었습니다. 은행엘 가서 만원권으로 돈을 ?아 지갑에
넣고 병원 원무과를 갑니다.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소아과장에게 사과를 하라고 따집니다.
사과하기 전엔 한발짝도 움직일 수 없노라고...
병명도 ?아내지 못하고, 아이를 죽음으로 몰고가던 병원에선
많은 병원비를 청구합니다.
실랑이끝에 소아과장이 나와 사과를 합니다.
영수증을 먼저 달라고 했지요, 영수증을 받아들고 기십만원의
만원권을 원무과 공중에 날려버렸습니다. 세어보라고...
전 침착하게 기다렸습니다. 직원들이 만원권을 주어 세고난 다음
맞는다는 말을 듣고 아이가 있는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그렇게 했는데도 화가 풀리지 않습니다. 아이를 잃을뻔 했으니까요.
그래도 웃어주는 아이가 고마웠습니다.
왠 남자가 병실에와서 아이의 보호자를 ?습니다.
누구냐 물으니, 병원비 계산차 나왔다 하더군요.
기가막혔습니다. 겨우 화가 가라앉고 있는 중이였는데...
그러나 웃으며 영수증을 내 보였습니다. 화가난 막내오빠는
멱살을 잡아 복도로 나가더니, 한대 후려칠 기새입니다.
그남자는 아무런 잘못이 없을텐데...
아니면 제가 너무 빨리 계산을 하고 왔을 수도 있고...
병원이란 곳이 그렇습니다. 사람이 죽어도 병원비 계산은 해야
하니까요, 계산이 되지 않으면 안치실이나 영안실을 사용할 수가
없습니다. 말로는 생명운운 하지만, 시장에서 좌판을 벌리고 한줌의
야채를 파는 사람들이나 똑 같은 장사입니다.
아이가 한달만에 퇴원을 했습니다.
이번엔 머리가 아프다며 날마다 누워만 있으려고 합니다.
물론, 검사를 다했고, 폐렴이 심해 폐에 물이차서 폐혈증 위기에서
병원을 옮겼고, 응급수술로 물을 빼내고 살아났는데...
머리가 아프다 합니다.
진료일날 병원에 가서 다시 검사를 합니다.
C.T만으로 되지 않는다고, 그때 상상을 초월하는 비용의 M.R.I촬영을
합니다.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보통서민의 한달 월급만큼의
비용을 지불해야 했지요.
결과는 심한 고열로 인해 눈의 시신경에 이상이 와서
난시가 왔답니다. 안과로 보내져 검사를 하고 처방전을 받습니다.
다른 안경점에 가면 안?쨈鳴?이릅니다.
꼭 지정 안경점엘 가랍니다. 아이를 데리고, 지정안경점이 있는
명동으로 향했습니다.
무엇이 그리도 복잡한지, 아이의 안경은 그날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라 합니다. 난시가 심해 특수렌즈를 사용해야 하기에
렌즈를 구하는 시간이 걸린다고, 3日뒤에 ?으러 나오라고 합니다.
그 안경값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어린아이라 테며, 렌즈가
가벼워야 한다기에 권해주는대로 했습니다.
어느날 아이의 일기장을 보았습니다.
00년 0월 00일
엄마 아빠께 내가 커서 갚아야 할 돈.
낳아주신것 1000원 옷사주신것 1000원 키워주신것 1500원
병원에서 치료해주신것 2000원 밥먹여주신것 1000원
꼭 갚아야겠다.
그 일기를 읽고 눈물이 났습니다. 우리의 계산방법으론
나올 수 없는 금액이지만 전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적어놓은
액수 뒤에 무한대의 동그라미가 그려질 것이라고...
초등학교 입학을 하고도 코피는 그치질 않고 흘렸습니다.
다시 더 크다는 병원에 예약을 하고 검사가 들어갔습니다.
예약을 한 이비인후과에서 소아종양내과로 보냅니다.
대기실에서... 녀석과 또래처럼 보이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모자를 쓰고, 마스크를 하고...머리카락이 있는 아이들은
내 아이처럼 귀에 무엇인가를 달고 있습니다.
혈청검사후, 혈액의 흐름을 살피는 검사입니다.
귓볼을 칼로째고, 흰 종이로 대놓습니다.
시간을 재어 그 종이가 얼마나 피로 물드는지 확인을 하는 것입니다.
아이의 귓볼에선 선혈이 쉬지않고 흐릅니다.
어느 아이의 귓볼에선 방울방울 떨어집니다. 바로 그 차이입니다.
결과는 혈소판 감소증이라 합니다.
특별한 처방은 없고, 그저 정기검사로 체크를 하라고...
혈소판 감소증은 합병증이 따릅니다. 백혈병, 골수암,
재생불량성빈혈 을 동반한다고 합니다. 증상은 코피가 나지
않더라도 발부터 시작해 자주색 반점이 생긴다고...
정기검사를 받으러 가는 날이면 수첩에 꼼꼼하게 기재를 합니다.
백혈구수치, 적혈구수치, 헤모그로빈수치...를 지난번 검사와
비교를 하고 좋아졌구나, 나빠졌구나를 확인합니다.
이번엔 헤모그로빈 수치가 떨어저 빈혈약을 처방 받습니다.
아이는 기억력이 점점 떨어집니다.
학교에서 책가방을 두고 온다거나, 놀러 나갔다가 신발을
잃어버리고 오기도 하고, 신주머니, 손수건, 필통...
수도 없이 버리고 옵니다. 아니 버리고 오는것이 아니라
잃어버리고 옵니다.
자라면서 면역성이 생기면 좋아진다는 말에 희망을 겁니다.
중학교에 입학을 하고, 반장이 되었습니다.
초등학교와는 달리 반장이 해야 할 일이 많아서인지 반점이
심해졌고 코피를 심하게 흘립니다.
다시 병원에 입원을 하고 이번엔... 골수검사를 합니다.
혈청검사보다 완벽하다고...
아이가 수술실에 들어갔습니다.
마취도 하지 않는다는데...
외과 수술실이 아니기에 문밖에서 말 소리며, 기구들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사각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바로 내아이의 엉치뼈를 뚫는 소리입니다.
찌르는 주사가 아니라, 드릴처럼 생긴 대롱으로 시술을 합니다.
얼마나 아픈지 아이는 비명도 지르지 못합니다.
아이의 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제가 겁이납니다.
너무 아파서, 영영가버리면 어쩌나...
두시간여 시술이 끝났는데, 의사가 말합니다.
골수가 너무적어 검사를 할 만큼의 양이 못된다고, 잘 먹여
일주일 뒤에 다시한번 뽑아야 한다고...
아무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울지도 못했습니다.
아이는 탈진을 해 창백하게 엎드려 있습니다.
다리, 허리에 무거운 모래주머니를 달고서...
산다는 것은...
가슴저리며, 아파하며, 슬퍼하며, 사는 것일까요?
그래도 기쁨을 기다려야 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