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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831

아- 어쩌란 말이냐.. (잠못 이루는 밤)


BY jerone 2002-12-11

사건,사고는 TV뉴스에만 나오는줄 알았다

난 언제나 외출했다 돌아오면 그녀의 차고부터 살핀다
내 차고는 맨안쪽에 있고 그녀의 차고는 가운데 위치해 있어
하얀색 새로뽑은 코란도가 있으면 반갑다
'집에 있군, 전화 걸어볼까?'
그렇지만 불쑥 찾아간적은 없다
'오늘은 일찍 들어왔나보다..' 거기까지만 생각한다

든든한 친구,
밝고 명랑하고 능력있는 여자,

내가 그녀와 말을 트기 시작한건 서오능에 새로생긴 사우나에 가서
벌거벗고 만나 서로 등을 밀어준 날부터였다

그때 그녀는 하얀색 뉴그랜져를 타고 넓은 집에 살고
살림을 반짝반짝하게 잘하고 음식을 기똥차게 잘 만든다
혼자 살지만 중소기업 수준의 종합건설 사장이다
나하고 같은 층에 살지만 라인은 다르고
서로 말트기 전에 그녀를 보면 '멋쟁이구나'
생각할 정도로 단정하고 걸걸하고 화통한 여사장이였다
나보다 한살 어리지만 친구처럼 지내기로 했다.

그녀에게서 들은 나에관한 인상은,
말할 것도 없이 올A+
대단한 호감을 가졌고 친하게 지내게 되어 무척 반갑다며
다이어트한다고 굶기를 밥먹듯하는 날 염려해주며
이사갈 생각을 하고있던 날 '꼬옥~!' 붙잡았다
"늙어 죽도록 옆집에 살자"

신식 맛사지 기계를 샀다고 고급화장품 떡칠해가며 내게 맛사지를 해주고
돈벌이가 없어 일을 찾는단 내게 사업에 동참하면 어떻겠냐고..
진심으로 믿고 위로하던 그녀..

아- 어쩌란 말이냐! 이 아픈 밤에..


2년전 쯤에 그녀의 사업이 어려웠을때
내게 협조를 요청한적 있지만 난 그럴 형편이 못되어 거절했고
그 후 수차례 놀려오고 놀려가고..

3개월쯤 전, 빌라자치회 반상회에서
'꼭, 자치회장이 되어 우리빌라의 투명경영 발전에 앞장서달라'
자신이 시간없지만 뒤에서 힘껏 돕겠다했는데..


난 또 정신없이 이번달 관리비를 잊어먹고 경비반장이 전화걸어
'관리비 좀 내주세요..' 전화받고 돈내려 갔더니,
이 무슨 청천벽력이란 말인가!!!

아- 나 믿을수 없어, 인정할 수가 없다고!!!


그녀는 살해 되었단다.
15일쯤 전에 실종-신고-추적-살인...

왜? 무슨일로? 어떻게??? 이거 정말이니?

인터넷싸이트를 뒤져 일간신문 '사회면'을 뒤지며
사건,사고를 훑어보는데 그에관한 아무런 기사도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


미국에서 아들이 나와 큰집에 썰렁하니 지키고
한국말이 서툴러 대인기피..

내가 전화걸어 '엄마친구야.. 어려운일 있으면 전화해'
"네, 전화번호,이름, 동호수.."
"나중에 말해 드릴께요.." 어설픈 한국말을 띄엄띄엄하고..


친구야.. 명복을 빈다..

난 이런일, 신문에, 방송에만 나오는 줄 알았다.

불가마에 갔던일, 잡곡밥을 맛있게 해주던 일,
오이김치 맛잇게 담는법을 가르쳐 주던일..
그녀와의 추억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흐흐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