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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02

오늘 일기.2


BY 뭉치 2000-09-08




P.M12:30
이곳은 팔공산 스카이 라인.
이곳까진 케이블카가 운행되고 있는 곳이다.
팔공산의 제 1봉이랄 수도 있다.
열 댓명의 등산객 차림의 남녀 중년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파라솔 밑에서 차를 마시고 음식을 시키며 한담을 나누고들 있다.
나만 혼자다.

어쨌든지 암벽으로만 이루어진 이곳까지의 등산로는
무리 없이 잘 올라 왔다.
동봉(東峰)인 정상까지는 2.2Km가 남았단다.
왕복으로 두시간 삼십여 분이 소요 된단다.
얼러리요~
저 쪽 정상인 듯 보이는 건너편의 산정은 운무로 가득 차
봉우리가 보이지 않는다.
아이스크림 하나 사 먹으며 갈등을 해 본다.
어쩔거나? 더 올라가 볼까나?
왕복 두시간 반..

그 정도면 올라 가 볼만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자 출발이다!


P.M 1:00
다시 300 여 미터를 내려와 동봉을 향해 오르고 있다.
이 곳은 산길이 가파르다.
길도 잘 모르겠다.
군데군데 현재 위치를 번호 매겨가며 나무에 부착해 놓았다.
재난 구조시 출동할 구조대가 현지위치 파악에 수월케
하기 위함이다. 좋은 발상이군..

1:30
군데군데 가파르게 암벽들이 있다.
그 정도는 아직 어려움을 못 느낀다.
인적이 있었음 좋겟다는 생각을 가져 본다.
반대편의 산 끝에는 하얀 연기처럼 운무가 빠른 진행으로
산 아래로 향해 내려오고 있다.
반대 편에서 바라본 이쪽 산도 안개에 휩싸여 있겠지?

다시 내리막 길이 나타났다.
귀하게 마주친 동행인 듯한 두 등산객에 물어보니
동봉은 아직도 멀었단다.
이쯤에서 다시 갈등이 인다.
어쩔거나?
인적도 드문 이곳에서..
깊은 골, 넓은 자락에 오늘 난 이길이 초행길인데...
자칫 발이라도 헛 디디면 한길 가파른 낭떨어지기로 떼그르르..
그런일이 생긴다면 아무도 날 발견 못하리라..
길을 잃을 까도 염려된다.
인적이라도 잦아지면 덜 할텐데...

날이 흐려진다.
하얀 안개들이 빠른 진행으로 어느새
내가 있는 이곳 까지 점령해 온다.
꼭 산신령이라도 나타날 것 같은 분위기다.
무섭다.

이미 앞의 산은 보이질 않는다.
비라도 내릴 태세다.
더 무섭다.

가자. 도로 가자.
오늘은 후퇴해야 겠다.
동봉의 정상을 삼분의 일 정도 남긴 것 같은데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음을 기약하며 되돌아 내려 온다.
겁쟁이...

다시 스카이 라인.
사람들이 보여 안심이 된다.

팔공산의 최고봉인 1,192m이 비로봉은 지금은 통제구역이 되었고
1,155m의 동봉이 그 정상을 대신 하고 있다고 전한다.
태백산맥의 한 지맥이 대구 근교에 이르러 대구 분지를 형성하면서
그 북쪽을 둘러 봉황이 나래를 편 듯 웅장한 산세를 자랑한다는
곳이 대구를 대표로 하는 팔공산 이란다.

평일이라선지 젊은 사람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나이드신 어르신네들만 삼삼오오 짝을 지어 웃음꽃 피워가며
건강을 자랑하신다.
보기 좋다.
이런 산을 오를 만큼 몸이 건강 하시다는 것 아닌가.
친구들도 사귀며 유쾌해 지시고...
또 울 엄마 생각이 나는군..

다음번에 남편이든 누구든 동행자가 필요함을 느낀다.
길 잃을 것을 염려하여..

집에 도착하니 다섯시가 넘었다.
남편 왈 ,
"가까운 산이나 다녀~"
"하루 종일 없으니까 이상하다~"

"치이~"

오늘 하루는 이렇게 갔다.
낙엽이 물 들면 다시 가야겠다.
혼자 가는 재미 괜찮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