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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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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날엔 던지기탕(?)을.


BY 雪里 2002-12-10

사람이란 한없이 간사한 동물.
겨울이란 계절속에 봄을 살면서 따뜻함에 익숙해져 버린 몸이,
갑자기 영하로 내려간 추위에 적응 하려니
온 육신이 떨려서 도대체 움직이기가 싫다.

매일 오전 시간에 나가던 화실에도
추위 핑계삼아 나가지 않으려 생각하니
돈에 약한 아줌마 근성이 발동해서
주먹셈을 몇번하고 마음의 도래질을 몇번 쳐가며
목도리까지 완전군장 하고선
씩씩하게 문을 밀치고 나선다.

햇살이 따뜻하고 바람이 없지만
살갗에 닿는 날씨의 느낌은 매섭게 차다.

석유난로 옆을 몇번 오고가고 한것 밖엔 익숙해진것도 없이
벌써 벽에 걸린 시계는 정오를 넘겼다.

가게 난로에 올려 놓고온 멸치물 때문에 조급해 죽겠는데
멋모르는 젊은 엄마는 점심을 먹고 가란다.
"나, 급해. 오늘 수제비 해 먹을거거든."

아침부터 난로 위에서 진하게 울궈진 멸치 국물에
잘게 썰어가지고 온 김치를 넣고
대충 반죽해서 비닐에 싸 왔던 밀가루 반죽을 꺼내고....

일회용 장갑을 끼고, 펄펄 끓는 국물에
밀가루 반죽을 조금씩 떼어 넣는 손이
여간 우둔한게 아니다.

얇게 떼어내서 넣어야 맛있는 수제비가 되는건데
장갑낀 손때문에 솜씨없이 덩어리져 떼어지는걸
그대로 던져 넣으니 지켜보던 손님이 한마디 한다.

"그게 수제비유? 던지기탕이지."

나도 뒤질세라 한마디,
"와! 정답이네!"


물사정이 안 좋은 가게에서
손톱사이에 밀가루 반죽이 끼고 나면
찬물로 손 씻을 용기가 안나서
장갑끼고 요리 하고 있는 게으른 이 돌팔이 요리사는,
그야말로 일명 던지기탕을 하고 있는거다.

불편한 대로, 엉성한 재료대로 만들어져 나온
수제비를 난로위에 얹어놓고
의자 당기고 손님까지 섞여 앉은 네사람.

이마에 땀을 송송 매달고 연신 후후 거리며
"시원하다"를 연발한다.

겉옷을 하나씩 벗어 던지며 먹는 얼큰한 김치 수제비,
이런날 제격인 음식이고,
이렇게 추운날
잠깐이나마 추위를 잊게 하는것 같다.

"자기,내일도 춥다는데 또 던지기탕 해 먹을까?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