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끌 시끌한 소음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백화점 세일기간 동안에 절대로 오지 않겠다는 내 다짐은
언제나 여지없이 무너지곤 한다.
지갑안에 들어있는 상품권과 백화점현금카드를 들고,
조금이나마 싸게 물건을 사겠다고 고집스레 찾은 백화점은
나를 처음부터 지치게 만들었다.
조용한 성격은 아니지만,시끄러움을 잘 참아내지 못하는
묘한 성격의 소유자다..나는...
향 좋은 커피 한잔을 들고,백화점 꼭대기층으로 올라갔다.
멀티 영화관이 있어 젊은 열기가 느껴지는 듯 했다.
그 곳에서 한층 내려와 계단과 계단 복도 안쪽에 놓여있는
편한 쇼파로 가서 힘들게 몸을 내려놓았다.
코끝에 전해오는 특유의 커피향과 혀 끝에 느껴지는 달콤 삽싸름한
커피맛이 너무 좋았다.
얼굴에 엷은 미소를 띠면서 난 천천히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그제서야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필 수 있는 여유도 생겼다.
꼬물 거리며 뛰어다니는 아이들과
그 옆에서 행복하게 미소짓는 젊은 부부도 보였다.
너무나 다정스럽다 못해 보기에도 민망한 포즈로 걸어가는
어린 커플들도 보였다.
그들의 자유로움이 못내 부러웠다.
그때 우연히 들어온 누군가의 뒷모습에 난..커피잔을 놓칠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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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앞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언제나 날 기다려주던 사람이었다.
약속시간에 단 1분도 늦지 않는 사람이었다.
칼국수를 좋아하고..
커피를 좋아하고..
즐겨듣는 음악까지도 취향이 같은 사람이었다.
겨울이 되면 꽁꽁 얼어버리는 내 손을 말없이 잡아주던 사람이었다.
밀려드는 그리움에..
보고싶은 마음에 잠시 얼얼해졌던 나는...
무슨 싸움을 준비하는 기사처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의아하게 쳐다보는 시선들을 뒤로 하고 난 씩씩하게 엘리베이터
앞으로 가서는 내려가는 버튼을 힘껏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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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하구요,지금 보여주셨던 거하구요..
선물할꺼니까 예쁘게 포장해주세요.."
몸에 베인 친절을 온 몸으로 받으며 난 쇼핑을 시작했다.
'인디언 블루..그 사람에게 참 잘 어울릴텐데..
와인색 타이도 하얀 그 사람의 얼굴에 아주 잘 어울릴텐데...'
그러나...
나는...
남편을 위한 셔츠와 타이를 고르느라 여념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