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지금 염색하고 있거든요.
미장원하시는 분들이 서운하시겠지만, 흰머리가 있어서라기 보다는
멋내기용으로 말이죠.
브릿지라고 하는 거 아세요?
탈색제를 바르고 호일로 감싸고 약 30분 후에 감아내면 그 자리만 노르스름하게 변하는데,
제 머리만 할까 생각하다 개구쟁이 두 아들녀석 머리도 장난스럽게 해주었는데, 결과는 낼 말씀드릴게여.
제 머리는 누가 해주셨는지 짐작하시죠?
바로 시어머님이세요....
아이들 머리에 염색한다고 떠들썩할 때부터 궁금하셔서 이리해라,저리해라 옆에서 지켜보시더니
'니 머리는?'
하시잖아요.
'제 머리도 하고 싶은데...'
'이리 앉아라.'
하시며 염색약을 조심조심 발라주시고 호일로 감싸주셨어요.
왜 머리만지면 잠이 솔솔 올까요?
'어머님, 저 졸려요..'
'원래 머리만지면 졸린법이여. 자라...'
그러시면서 얼마나 세심하게 염색약을 발라주시는지.
'어머님, 염색약 가져오세요. 어머님 머리 제가 해 드릴게요.'
'난 낼 학원 다녀와서, 편안한 시간에 할란다.'
염색한지 한달이 채 안되었건만 그새 자라난 흰머리카락이 많이 보이는 어머님 머리를 보니 문득 죄송한 생각이 들었어요.
어머님은 흰머리를 감추시기 위해 염색을 하시는데....
저희 시어머님은 새로운 것을 참 좋아하셔서 젊은이들의 유행도 잘 이해해주시고, 어떤 것은 따라도 하신답니다.
막혀있고 고여있는 것은 썩게 마련이지만 흘러가는 데로, 세월가는데로 그때그때 상황을 충분히 자신에게 적용시키는 것이 어려운 일인데도 잘 받아들이시는 것이 젊게 사시는 비결같아요.
'엥! 엄마! 낼 학교에서 애들이 흉보면 어떡해?'
'별 말을 다 한다. 이게 요즘 얼마나 유행인데, 그런 말 하는 애가 이상하지...'
시어머님이 저 대신 설명을 덧붙이셨어요.
은박지 호일을 감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장난스럽기도 하고, 꽤 귀여워보이셨는지 어머님은 같이 즐거워하시더라구여.
이제 아이들은 머리도 감고, 샤워도 한다고 욕실로 들어가고 전 머리에 몇 개 은박지 호일이 감겨져 있는 상태에서 컴퓨터앞에 있답니다. 상상이 가시죠?
ㅋㅋㅋㅋ
어떤 어르신들은 아들,며느리의 행동에 못마땅해 하시고, 또 머리염색한 손주들을 호통치시고, 바르게 올곧게 자라야 한다고, 예의범절을 깍듯이 지켜야 한다고, 질질 끌리는 바지를 이해 못하시고 야단만 치시는데, 저희 시어머님은 그런 것은 유행일 뿐 적당히 시대를 따라 하는 것은 괜찮다고 하시니, 얼마나 좋아요?
그러니 나서서 아이들 염색도 함께 해 주시죠.
지금 어떤 헤어스타일을 하고 계세요?
맘에 드세요?
전 지금까지 제 머리가 맘에 든 적이 한번도 없어요.
굵고 반곱슬이라 어떻게 해 놓아도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서요.
원래 못 생긴 얼굴이라 그렇겠지요. 뭐....
하지만, 가끔 거울을 쳐다보며 이렇게 저렇게 변화를 주는 재미도 좋답니다. 제 머리만이 아니라 아이들 머리까지 말이죠.
예쁘게 탈색이 되어 내일은 이웃에게 인사를 듣고 싶네요.
'어머! 그렇게 하니까 더 좋아보인다. 어디서 했어? 비싸게 했어?'
그럼 전 자랑스럽게 시어머님 솜씨야.... 하겠지요?
탈색하시고픈 분 있으세여?
으음....
일단 제가 머리를 감고 나서 여러분께 성공인지 실팬지 알려드리고 신청을 받아야겠군요.
아이들 수학경시대회도 끝나고 마음이 많이 편해진 저녁입니다.
늘 건강하시길 바라며.
안녕히 주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