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내리신 운명
오늘은 항상 부모님 대신이신
큰오빠의 61번째 생신 날.
오빠와 나는 19살 차이로 정말 아버지 같은 존재이다.
한 집안의 큰아들, 큰며느리는 아무나 되지 않는
사주에 있어야 하는 책임 있는 자리이기에
하늘이 내려 주신 운명이라는 말이 있지 않는가?
늘 일은 도맡아 해야하고,
무슨 일이든 책임감 있어야 하고,
동생들에게 베풀어야 하고,
집안일 있으면 척척 말없이 알아서 해야하는
큰아들의 고충 난 조금은 이해한다.
지금은 친정 부모님이 돌아가셨기에
한시간 반 거리를 오가며 집 돌보시고
자그마한 밭농사 지어가며
벼 수곡 받았다며 방아를 직접 찧어서 새 쌀 갖다 먹어라
갖가지 채소 심어 예쁘게 자라 맛나겠다며 가져가라,
있으면 다 나누어주고 싶어하고,
없어서 주지 못하는 마음 가진 오빠내외.
텅 빈 친정 집 가기 싫어 잘 찾지도 않으면
그 마음 얼른 알아차리고
"우리 집에 왔어 시간 있으면 놀러 와" 하신다.
일요일 아침은 시내에 사시는 형부한테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처제, 큰오빠 올해 환갑인데 어쩔 거야?"
"글쎄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요샌 환갑잔치도 안 하잖아요"
"그러게..시골 와 계시던데 점심이나 같이 할까?"
"네. 그렇게 해요. 겨울방학 때 금강산이나, 중국 여행 보내드리고"
"어 나중에 만나서 의논 해 보자"
"네"
이젠 평균 수명이 늘어나 환갑의 나이는 나이도 치지 않기에
잔치도 열지 않는다 그러면서 함께 모여 얼굴이나 마주하며
점심이나 하자고 한다.
아이 둘 데리고 언니 집에 도착하니 큰오빠 내외 곧 뒤따라 들어오며
"고모야! 물김치 좀 담아왔다. 그런데 좀 짜네"
"물 끓여서 부어 먹지 뭐"
"그렇게 해. 빨리 온다고 마음이 바빠 소금이 더 들어가 버렸네"
"다음주에 김장하기로 해 놓고 뭐 하러 또 김치는 담궈 오고 그러노?"
"그땐 그때고.. 또 먹어야지.."
"잘 먹을게"
"통이나 잘 챙겨 줘. 우리 집 김치냉장고 통이니.."
"알았어"
그 사이 또 김치를 두통이나 담아 언니 한 통 나 한 통 갖다 준다.
"우리 오빠 생신이라고 선물 샀는데.."
"언니는 가디간, 난 내의..."
"아이쿠!~ 고마워라"
"오빠가 주시는 것 반도 아니죠 뭐"
"뭘!"
"요번 겨울 방학 때 여행한번 갔다 오세요. 제가 주선 해 드릴게요"
"허허 차암나"
"그러세요. 우리 형제가 얼마인데 오빠내외 해외여행 보내 드려도 되요"
"아니야"
"오빤 가만히 계셔요. 제가 알아서 할 테니.."
"우리 막내 덕에 여행 갈 수 있을라나? 허허허"
"그럼요"
우린 초밥 집에 들어가 풀 코스를 먹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형제간의 우애 나누었다.
저는 사실 오빠보다는 올케언니가 더 대단하다는 생각 늘 가지고 있다.
유산이라고는 시골 집 한 채 와 논 1000평이 재산의 전부인
아무 것도 없는 4남 2여, 육 남매의 장남에게 시집을 와
자신도 맞벌이하면서, 동생들 숙식과 공부까지 책임져도,
투정 부리지도, 욕심 내지도 않고, 그저 베푸는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아름다운 마음 가진 사람이기에....
오빠가 아무리 하고 싶다 해도,
언니가 안 되요 하면 가정이 순탄하지 않을 것이지만,
서로 의논 맞춰 동생들 잘 이끌어 가는 건
올케의 현명함 없이는 어려울 것이라 본다.
'한 집안의 며느리 잘 들이면 그 집은 융성하게 번창 해 가고,
한 집안의 며느리 잘못 들이면 형제간의 우애 다 깨진다'는 말
빈말이 아니기 때문이 아닐지.
그래서 사람들은 결혼 상대를 고를 때 인성 좋은 사람을
제일로 친다는 것이 일리가 있는 것 같다.
언젠가 들은 '좋은 인성을 가진 사람은 인생의 절반을 성공한 것과 같다'는
말이 내 마음속 깊이 들어 와 잊혀 지지 않는 건
아마 고운 마음 가진 사람들이 내 주위에 많기 때문은 아닌지?
나 스스로 아직은 아름다운 마음 가진 사람들이 더 많기에
한번쯤 살아 볼 만한 세상으로 남아 있는 것 아닐까?
동생들 이 만큼 잘 살아가는 것도 다 오빠 내외 덕인 줄
알기 때문에 열심히 잘 살아야 할 것 같기에...
진정한 마음 담아 생신 축하 많이 해 드려야겠죠?
===chrick!~~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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