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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게 (92) 여자가 우는 이유


BY 녹차향기 2001-07-11

눈물이 났어요.
너무 아름다운 밤이라서 눈물이 났어요.
생각같아서는 오래오래 울고 싶은데 눈물을 참았지요.

여자가 우는 이유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결혼한 여자가 울 때는
남편이 속상하게 했거나 술먹고 말을 안 들을 때,
아이가 아프거나 일을 저질렀을 때,조금 컸다고 제 멋대로 할 때,
시댁식구들이 공연한 것을 트집잡아 문제를 만들 때,
천청벽력같은 생과 사의 갈림 때문에,
내 몸이 아파 꼼짝도 하지 못할 때,
아이낳아 몸져 누워있는데 미역국을 끓여다줄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
이름만으로도 그리운 친정엄마 생각,
낼 당장 내야하는 어떤 명목의 돈이 턱도 없이 부족할 때,
산다는 게 참 서글프다고 생각 될 때,

그런 거겠지요?

하지만, 전 그런 이유로 운 게 아니였어요.
이웃에 아주 친하게 지내는 현신엄마가 골수기증을 낼모레로 앞두고 있어요.
친언니가 백혈병에 걸렸는데, 혈육 중에서 행여 맞는 사람이 있는지 찾게 되었고, 동생인 현신엄마가 딱! 맞는 사람이라서 오늘은 병원에 가서 골수 증식을 위한 촉진제를 맞고 왔고, 낼도 맞아야 하고, 모레는 병원에 입원했다가 그 다음날 골수기증을 해야한대요.
언니를 위해 기꺼이 그일을 자청한 현신엄마와 아내의 그런 모습에 애써 담담해 하며 격려해주고 사랑을 표현하는 현신아빠의 아름다운 사랑... 세상엔 이런 사람들도 있으니 정말 아름답지 않아요?
아무런 휴유증 없이, 아무런 사고 없이 무사히 기증이 잘 되길 기원하다가 눈물이 났어요.
제발 아무런 일 없이 무사히 건강한 모습이 되게 해 주세요...

사실은 오늘 종일 소원풀이를 하고 왔어요.
커피전문점 같은 곳에서 손님께 써빙을 하고, 주방에서 맛있게 커피를 타고, 설거지를 하고, 돈도 벌어봤음 하는 소원을 시원하게 풀고 왔거든요.
종로에서 불우이웃을 돕기 위한 자선 일일 찻집을 열었는데, 제가 그 일을 함께 했답니다. *^.^*
뭐,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씀도 있는데 이렇게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너무 재미있었기 때문이지요.

보글보글 물을 끓여놓고 있다가
"커피 2잔이요"
하면 그 말을 맞받아
"예. 커피 2잔 알겠습니다."
하고 열심히 맛있게 커피를 타고,
미리미리 냉커피도 타서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얼음과 함께 시원한 냉커피도 내고, 티벡으로 준비된 녹차,
약간의 떡과 수박을 내어드렸지요.

다섯시간이 넘는 동안 한번도 앉아보질 못했지만 정말 즐거웠지요.
내일 조선일보에 작은 기사로 나올 것 같거든요.
조선일보 보시는 님들은 읽어보세요.
전부 생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이셨는데, 자신의 일은 잠시 접어두고
그렇게 남을 위해 자신의 시간을 내어 성심성의껏 일해주신 님들의
아름다운 마음이 너무 고맙잖아요.
어떤 님들은 중풍에 걸린 할아버지, 할머니 들을 찾아가 목욕도 시켜드리고, 고아원에 방문하여 아이들과 시간을 함께 하고, 또 수시로
좋은 봉사활동을 많이 하시는데, 전 부끄럽게도 그런 봉사활동을 해 본적이 없었지요.
아마 세상이 아름다운 것은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아무런 조건없이
베루는 사랑 때문인지도 모르겠어요.


제가 잘 아는 어떤 이는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나 자다가도 일어나 앉아서 오래오래 눈물을 닦는다고 하였는데,
나이가 들어가면 그렇게 돌이켜 울 수 있는 일들이 많아지는걸까요?
여자가 울 때 옆에서 아주 다정하게 위로의 말을 해 줄 친구가 있었음 정말 좋겠네요.
늦은 밤이라두 말이죠.
님은 오늘 얼마나 울고싶으셨어요?
그 이유가 어떤 거였나요?
서글프고 힘든 이유였나요?

행여 서글프고 힘든 이유였다면 밤에 내리는 저 빗소리와 함께
울어버리세요.
울고나면 마음도 후련해지니깐요.
하지만, 아름다운 사연에 가슴이 찡해서 울었다면 님은 정말
행복한 하루를 사셨던거여요.
그런 눈물을 많이 흘리고 싶네요.

밤이 많이 깊었네요.
피곤한 몸과 달리 눈이 더욱 맑아지려 하는데 어쩌죠?
님들의 글을 남김없이 읽은다음에 잠을 청하면 되겠지요.
전 모조리 읽는답니다.
댓글을 전부 달지는 못하지만...
여자의 아름다운 눈물, 어떤 보석에 비교하겠어요?
여러분, 우리 모두 ㅠ.ㅠ

아이를 낳으면 눈물도 많아지나 봐요.
자꾸 눈물이 날 것 같은 밤.
모두 평안한 밤 되세요.

안녕히 주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