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 문을 열고 옆에 딸려 있는 수돗가로 갔다.
뭔가 부스럭하며 시커먼 것이 빠르게 튀어 나와, 아이스크림 냉장고 밑으로 숨어 들었다.
검정색이어서 아이들이 그렇게 불렀다.검은 고양이"네로"라고.
이건 우리 집에서 키우고 있는 고양이가 아니다.
며칠 전 부터 그 '안락한 자리'를 찾아낸 도둑고양이다.
동네에 고양이들이 많아서- 이건 생선이 많은 동네니까 당연한지도 모르지만- 밤에 내놓은 쓰레기들을 파헤쳐 놓곤한다.
위험하다 생각 되는 건 가게 안에 두었다가 새벽에야 꺼내 놓는데,
저 녀석이 알아 버린 것이다.
문밖에선 수고스럽게 파헤쳐봐야 별볼일 없고 ,진짜는 안에 그것도 먹기 좋은 상태로 있다는 걸.
소금에 절였다 다음 날 말리려고 문 안에 안전하게(?) 놓아 둔 고기도 있고, 먹다 남은 음식들도 있고.
사람 소리가 날 때 다른 고양이라면 밖으로 튀어 나갈 걸 이녀석은 냉장고 밑으로 들어 가버리는 것이다.
영악한 놈!
작정하고 그러는데 우리는 당할 재간이 없다.
문을 닫아야 좋을지 말아야 좋을 지 헤갈리고 있다.
쥐덫이 아닌 고양이 덫이라도 놓아야 할까보다.
쥐덫...쥐!
그러고 보니 얼마전 이 문제의 수돗가에서 쥐들의 참사가 있었지....
어느날 아침,
고무호스가 연결 되어 있고 그 밑에 물 받는 빨간 통이 놓여져 있는 그 수돗가에서 무 하나를 씻으려고 물을 틀었는데......물 속에서
무엇인가 떠오르는 것이다.
"으악!"
자세히 보니, 엄마쥐로 추정되는 큰 쥐 한마리와 네마리의 새끼쥐였다.
수도에서 70cm 쯤 떨어져서 씽크대가 있고, 수도 바로 위에 못이 하나 박혀 있는데 거기에 플라스틱으로된 '다라이'(이건 뭐라하나?)가 걸려 있었다.
추리해 보건데, 어떤 위급한 상황- 그건 내가 화장실 가는 소리 일 수도 있고-에서 씽크대 위에서 '다라이'를 향해 뛰었는데, 그건 하필 둥그런 통이라 미끄러웠을 것이다.
엄마는 "오지마, 위험해!" 하며 떨어지면서도 소리쳤겠지만 아이들은 이미 따라 뛴 다음이었다. 그리고 밤새 일가족이 허우적대며 죽어갔겠지. 아니, 어쩌면 새끼 쥐 중 한마리가 먼저 뛰고 엄마가 구하려 했을 지도 모른다. 당시 상황이 어떤 것이었든 나는 물에 빠져 죽은 쥐 일가족을 처리해야 했다.
똑같은 장소에서 살아남기 위한 발버둥을 본다.
내가 살아남기 위해선 고양이든 쥐든 없애겠지만,이들에게도 삶이란, 우리가 그러하듯, 쉽지만은 않은 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