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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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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식집과 횟집의 차이


BY ooyyssa 2002-12-01


우리집 오른쪽에 '돈방석'이라는 홧집이 있다.
아마도 저렴하게 회를 먹을 수 있다는 뜻의 이름일 것이다.
그리고 우리집 동쪽 뒤편에 '일조'라는 일식집이 있다.
날마다 복이 있기를 소망하는 이름일 것이다.
나는 이 두 집을 가까이 두고 있는 이웃이고 저녁시간은 비교적 한가로운 '노동 가능한 인력'이므로 이 두집에 '프리랜서(?)'로 바쁠때 일해 주고 있다. 때로 '경쟁업체에 대한 정보수집' 차원에서 나에게 옆집의 일을 은근히 물어 오기도 한다.
서로는 경쟁자라고 느끼지만 내가 보기에 이 두집은 확실히 다르다.
단지 회를 판다는 사실을 제외하면.

'돈방석'은 부부가 운영하는 횟집이다.
그저 수수하고 부지런한 부부가 아주 성수기에만 두명, 보통 때는
한명의 '써빙'직원 만을 데리고 1,2층 합하면 60여평의 횟집을 경영한다. 그러니 당연 이 부부는 늘 피곤해 보이고 한시도 쉴 틈이 없다.
'돈방석'은 '저렴한 가격의 푸짐한 회'를 원칙으로 하므로 인건비를 줄여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재료비 모두를 줄여야 한다.
당연히 가장 싼 값의 재료를 선택한다.

'일조'는 아들이 주방 보조겸 사장이고, 그 어머니가 주방아줌마를 거들고 있다.
여기는 전문 주방장이 따로 있고, 주방아줌마, 홀써빙만 서넛 되고 '돈방석'에 비해 평수가 약간 작다.
'일조'는 정통 일식을 고집하므로 그릇들도 모두 일본식 그릇이고,
깔끔하지만 '돈방석'의 거의 두배 가격에 비하면, 적은 양의 회가 나온다. 대신 '풀코스'의 일식이 준비 되어 있다.
가격보다는 '최상의 품질과 써비스'를 중시하여 상추,깻잎부터 싼 것보다는 비싸도 좋은 것을 선택한다.

이 두곳은 겉으로 봐도 분위기가 다르다.
'돈방석'이 편안하게 드나들 수 있는 분위기라면,
'일조'는 다소 '격'이 있다.
'돈방석'에는 일하던 차림대로 떠들썩하고, '일조'는 대부분 깔끔한 차림의 사람들이 조용조용 이야기 하며 앉아 식사를 한다.

양쪽의 매출은 다르다. 그러나 매출에서 지출을 빼면 아마 수입은 비슷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곳이 다른 것은 그들의 삶의 방식이 차이가 아닐까.

한푼두푼 작게 아끼고 모아온 그래서 함부로 쓸 수 없는 '돈방석' 주인부부를 잘 안다. 아마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돈방석'에서 식사를 할 것이다.
좋은 환경에서 대우받고 살아 온 사람들은 .혹은 그러기를 바라는 사람은 '일조'에서 비싼 가격을 치러도 아까워하지 않을 것이다.

이 두집을 보면서 삶은 결국 매번의 선택이라는 생각이 든다.
밥을 먹든 밥집을 하든 무엇을 기준으로 생각하고 결정하느냐만 사람마다 다를 뿐이다. 우리는 다만 직접적인 것이든 간접적인 것이든 자신의 경험 속에서 최상을 선택한다.

나는 나의 삶의 방식과 나의 경험의 질과 내가 지금까지 선택해 온 것들을 다시 생각해 본다.
나에게 주어진 딱 한번의 생에서 가장 좋은 선택을 하며 살아가고 있기를 바란다.
그러나 어쩌면 삶과 죽음도 선택이다.
삶을 선택했다면 어떤 삶을 살것이며, 내가 선택한 삶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를 선택하는 것이 어쩌면 우리에게 가장 큰 '주관식 시험문제'가 아닐까.

지금,나는 이 일요일 아침, 아이들과 무엇을 먹을 것인가를 선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