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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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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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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여자


BY 잡초 2002-11-23

다른날보다 한시간여를 일찍 나가는 바람에 아이와 통화를 하지 못하였다.
아이는 수업중이나 운동중에는 전원을 꺼 놓기에 통화를 할수가 없고
급한 마음에 문자조차도 남기지 못한채 출근을 했었다.

어찌어찌 바쁜 시간이 지나가고 직원들의 저녁식사 시간
난 아이에게 전화를 해 봤다.
" 엄만데...저녁은 먹었니? "
" 응, 대충. 근데 엄마! 지금 아빠와있다 "
" 아빠가? 왜? "
" 몰라. 나 오니까 와 계시던데 "
" 알았다 전화 끊자 "

왜 왔을까?
생각중인데 낙지철판구이를 해 와서는 술안주가 좋으니 한잔하고 가잰다.
좋은안주감에 한잔 생각 간절했지만 남편이 와 있다는 말에
아니, 다음에 라는 말로 퇴근을 서두른다.
모처럼 만나는 남편에게 술 냄새를 피워주고 싶지 않아서
싱긋 웃음으로 한손을 흔들어 준뒤 난 식당문을 민다.

무슨일이지?
완전히 온 것일까?
내가 집에 갔을때까지 있으려나?

식당에서 우리집까지 도보로 이십여분거리.
이미 시간은 열시 이십분을 넘기고 있다.

대문앞에 도착을 하니 얼마만에 보는 우리차가 대문앞에 주차되어 있다.
개인택시로 밥을 먹고 살아왔으니 난 남편의 차라 그러지 않고
항상 우리차 라고 했었다.
왜 그리 반갑던지...

대문따는 소리에 딸아이가 엄마! 를 부르며 마중나와 준다.
일상적인대화.
밥 먹었고? 잘 다녀왔고? 전화온데 없고?...

거실에 들어서니 아이가 턱짖으로 한귀퉁이를 가르킨다.
그곳엔 남편이 잠들어 있다.
아니, 누워 있었다.
안보는척 내려다보아도 남편은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술 드셧니? 손짖으로 난 아이에게 묻는다.
아니.. 고개짖으로 아이는 대답을 한다.

식당에서 가져온 개밥과 여유분의 가스렌지를 아랫집에 가져다주니
오랜만에 만나 반갑다며 술이나 한잔 하자고 한다.
" 오늘은 술 친구 못해요 "
붙드는 옷깃 뿌리치며 서둘러 집으로 돌아와 아이와 재잘거려도
남편의 눈은 끝내 떠지지를 않는다.

오늘은 저이옆에서 자야지
아이를 제 방으로 밀어넣고 씻고나니 아이가 손짖으로 나를 부른다.
손가락은 제 입술에 갖다대고 쉿! 움추리며 말이다.
왜에? 입 모양으로 아이에게 물으니 아이는 내 귀를 제 입으로 가져간다.

" 엄마, 아까 아빠한테 전화했었어? "
" 아니, 언제? 요즘 아빠에게 전화한적 없는데. 왜에? "
" 그럼 누구보고 여보 라고 했지? "
" 무슨소리야? 자세히 얘기해봐 "

아이의 설명은...
아빠와 거실에서 테레비를 보고 있는데 아빠 핸드폰이 울리더란다.
아빠의 첫 마디가 '으~응 여보 '
아이는 엄마와 통화하는줄 알고 제 아빠를 쳐다봤다한다.
' 지금? 테레비보고 있지 '' 그래 알았어~어 '
분명 핸드폰에서 흘려지는 목소리는 여자였다 한다.
그런데 얼마나 제 아빠의 목소리에 정이 담뿍 실려있는지
이제는 아빠 엄마의 사이가 좋아지려나보다 했다한다.

통화가 끝나고 아이는 제 아빠에게 물었다 한다.
엄마냐고...아빠의 대답은 아니라고.
아이는 혼란스러워 했다.
너 분명히 그리 들었냐고 몇번씩을 채근하니 나중에 아이는 얼버무린다.
어보세요를 여보라고 들었나? 하며 말이다.

아이가 잠이들고 난 거실에 나가 잠이든 그사람의 얼굴을 가만 내려다본다.
제 정신인 사람인가?
저 사람도 인간인가?
어찌 여자에게 걸려온 전화를 아이가 보는앞에서 태연히 받을수가 있단말인가?
내겐 그리도 퉁명스러운 사람이 다른 여자에게는 그리도 자상하며
여보라는 호칭을 감히 나 아닌 누구에게 쓸수 잇단 말인가?
넌 또라이야 넌 정신병자야.

냉장고에 있는 소주병을 꺼내와 불꺼진 캄캄한 방에서 홀짝거린다.
깨워서 한바탕 하고 싶지만 조금씩 어?M나는 아이를 생각해 우선은 참아본다.
취기가 오르며 육신또한 지쳐있는터이라 좁은 아이의 침대 한귀퉁이를 빌어
잠을청해본다.

미운것은 미운것이고 밥은 먹여보내야겠기에 밥솟에 잔뜩있는 찬밥을 두고
난 다시 새밥을 앉혀놓는다.
거실로 나와보니 남편은 씻는다고 제가 입고왔던 옷을 벗어 놓았다.
윗주머니위로 삐죽이 삐져나온것은 남편의 핸드폰.
재빠르게 난 그 핸드폰을 열고 최근 수신번호를 머리속에 암기해 둔다.

그 사람은 밥도 한술뜨지 않은채 휭~하니 찬바람 일으키고 가버리고
아이는 아이대로 스트레스 쌓인다며 빈수저질만 하다가 사격장으로 갔다.
아침 밥상머리에서 어제의 그 전화껀에대해 물은 것이 화근이었다.
여자는 인정하는데 호칭은 부정을 한다.
결국 화살은 전해준 아이에게 꽃히고...

머리속에 입력된 전화번호를 발신자번호가 뜨지 않게 하고는
숫자 하나하나를 꼭꼭 눌러간다.
두번의 신호음이 가고...
전화를 받은것은 의외로 내 아이또래의 사내아이 목소리였다.
" 여보세요 "
" 여보세요 "
" 여보세요 "

내가 무슨말을 할수있겠는가?
설사 그 여자라 해도 전화를 해서는 뭘 어쩌자는걸까?
무얼 확인하고 싶어 이렇게 무모한짖을 하는걸까?
만나지 말아달라고 할까?
내 남편을 돌려달라고 애원이라도 할까?
이것도 저것도 아무것도 하지못할거라는거 내 자신이 더 잘알면서
왜 이리 유치해지고 더티해지는걸까?

언제쯤 미로속 현실을 난 빠져나올수 있으려는지...
해결책없이 그저 답답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