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하려다 준비한 잡곡이 든 지프팩이 맥없이 터져 버려,한순간 온 주방으로 쏟아져 내린 문제의 잡곡들은 구석구석 내가 알고 있는곳으로
때론 생각지도 못한곳에서 파편처럼 이리저리 굴러 다니며 내 상념을 건드리고 있다.
얼른 치워야지 얼른치워 버려하지 하는 맘보다, 넋을 잃고 멍하니 바라보며 흔적없이 치우기란 무척 힘이 들거란 생각만이 가득하다.
이것들을 치우려면 한참의 시간이 걸리겠구나!
깨끗이 치웠다고 쾌재라도 부릴라 치면 어느새 내가 모르는 구석자리에서 뾰족이 얼굴을 내 밀겠지.
쓸어 담자 최대한 흔적없이 깨끗이 쓸어 담자 잡곡속에 나뒹구는 먼지랑 머리카락일랑 상관하지말고...
깨끗이 씻어 담으면 되지 않을까 그러면 되지 않을까?
정갈한 그릇속에 좀은 지저분한 잡곡들이 주인이 얼른 씻어주길 바라고 있는것만 같아 내손은 분주하게 움직여 진다.
이쯤이면 될꺼야라고 속엣말 처럼 되내여 보니 메아리처럼 울려 오는 소리가 나의 맘을 아려오게 한다.
이미 풀어헤쳐 버린 사람의 맘도 잡곡들처럼 이렇게 다시 쓸어담기가 말처럼 그렇게 쉽기만 할까?씻는다고 깨끗이 씻어 담을 수 있을까?
곳곳에 서려있는 추억들은 어떻게 감당하지,
의식하지 않는곳에서, 여러가지 일상들에서 묻어나는 그 추억이란놈의
횡포에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까?
길을가다, 음악을 듣다, 좋아하던 시를 읽다, 음식을 먹다가
좋은 풍경을 보다, 순간순간 생각나는 단어들 조차에도 구석자리에 숨어 있는 잡곡의 조각들처럼
나도 모르게 내가슴에 잉잉하게 차오르는 그리움들은 어떻게 하지?
함께 공유한 모든시간들 조차 잘 ???담을 수 있을까?
이미 쏟아버린 잡곡들처럼 그렇게 잘 씻어 유용하게 쓰일때가 있을까?
남은잡곡을 투명하고 이쁜유리병에 담아 깨어지지않게 아주 잘 보이는곳에 잘 담아 보관하듯, 내맘도 아픔을 감춘체 잘 보관할 수있을까...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