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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녀의 일터에서는 (2)


BY 동해바다 2002-11-23

몇날 째 줄기차게 세찬 바람이 분다. 

벌써 1년이 흘렀다. 
그녀가 자그마한 가게를 시작하게 된 것이 11월 13일이니까 
1년하고도 열흘이나 되었다. 

전업주부로 17년을 있다가 등 떠밀려 시작한 의류업... 
오픈하기 전부터 잠못 이루고 과연 할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기우였는지 그녀는 충분히 해 내면서.... 
첫 발을 아주 기분좋게 내딛었다. 

하지만 그것도 몇 개월 뿐.... 
수완이 없는건지.... 
경기때문인지 영 푸른 잎이 들어오질 않는다... 
15년차 선배인 옆가게 주인이 한마디 한다. 

"경기 안좋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밑바닥인 적은 없었는데...." 
하는 말에 내심 맘을 가라 앉힌다. 
역시 장사수완하고는 거리가 먼가 하구 말이다.... 

오늘도 그녀는 데스크 위에 놓여져 있는 책을 읽는둥 마는둥 하면서 
고장난 자동문 쪽으로 눈길을 돌린다. 

야시시하게 생긴 미시 한명이 밖에 서있다.... 

열려라 참깨 하면 열리는 자동문이 전 주인을 닮았는지
개업하기 전부터 고장이 나 그냥 미닫이 문으로 쓰고 있는데 
손님들이 한두번 속는게 아니다. 

거기엔....살살 미세요...자동문 아닙니다 하고 친절하게... 
아주 친절하게 써 놓았는데도 그냥 서 있으니.....참.... 

결국 그녀가 열어 주고 손님을 맞이한다. 

바지 두어 벌을 입어 보더니.... 
그녀의 바지가 이쁘다면서 싸이즈 있느냐고 물어 본다.... 

늘씬한 그 미시.... 
허리싸이즈 25를 찾는다...... 

살을 이리접고 저리접어 겨우 29싸이즈를 입었는데 저 여자는 
25싸이즈를 입고서도 엉뎅이가 튀어 나왔다는 둥 
왜 이리 뚱뚱해 보이지 하면서 결국 벗고 나온다.... 

이쁘기두 하구먼....도데체 어데가 튀어 나왔다는 거야.... 
뭐가 뚱뚱해 보이다는 거야....이해가 안간다.... 

빼어난 미녀들.... 
TV에 나와 하는 말 들어 보면 말같지도 않은 말에... 
보는 추녀들 맘 상하게 하는데....딱 그 꼴이다.... 

서너 벌 입어 보더니..... 
얄밉게두 그냥 나간다...... 

하지만 그녀.... 
손님은 왕이로소이다...맘 속으로 새기면서 
밝은 웃음으로 고장난 자동문 열어줘 가며 다음에 오세요 하고는 
맘에도 없는 소릴 하고 들어와 쇼파에 털썩 주저 앉는다..... 

그래도 편안한 일터가 있어 그녀는 행복하다.... 

아무도 간섭하지 않는 곳.... 
그녀만의 공간 속에서 사랑하는 보물 1호인 컴퓨터와 함께 하루를 
보내고 잠시 틈을 내어 책과 함께 씨름도 하다가 손님을 대하곤 하니.. 
더이상 뭘 바라랴.... 

푸른 잎이나 굴비엮이듯 줄줄이 들어오면 좋으련만..... 

큰 욕심 바라지 않는 그녀.... 

그녀의 일터에 그녀가 원하는 만큼의 행복이 밀려 들어갔으면...... 

** 하루종일 가게에 있다보면 
   많은 사람들과 마주치게 됩니다...
   그냥 기록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감히....에세이방에...
   저를 3인칭으로 해서 가게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나
   그날 있었던 일을 올렸으면 합니다.. .
   글감이 참 많거든요....
   아주 편하게 읽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행복한 주말 되십시요...에세이방 님들... 



동해바다 음악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