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님께서 감기로 편찮으신 것을 얘기하자 친하게 지내는 이웃의 웅식이 엄마가 자기네 식구들 위해 준비해 놓은 모과차를 통째로 들고 왔어요.
얼마나 고마운지....
웅식엄마, 고마워요...
식사를 하신 시어머님께 모과차를 은근한 불로 달여서 드렸더니
'향이 어쩜 이리 좋냐...'
하시며 맛있게 드셨어요.
빨리 나으셔야 할텐데.
이렇게 좋은 이웃 있으세요?
맘껏 자랑하고 싶은 이웃이 제겐 참 많답니다.
제사지낼 때(저, 외며느리라 혼자 하거든요) 마치 친동서들처럼 와서 같이 전도 부쳐주고, 꼬지도 꿰어주고, 나물도 무쳐주는 이웃이 있어요. 시장에서 값싸고 싱싱하고 맛있는 반찬거리가 있으면 우리식구들 먹을만큼 사다주며 돈받을 생각도 않고 총총히 돌아서는 가슴 따뜻한 이웃들 말예요.
김치를 했다고, 시골에서 친정어머니가 직접 농사지은 고구마라며, 관광다녀오는 길에 샀다고 한번씩 두번씩 그렇게 갖다주는 음식이며 물건들이 어디 값으로 계산할 수 있겠어요?
정말 고마운 일이죠.
저희 친정부모님 사시는 모습을 보면
'어쩜 저럴까?'
싶을 정도로 집에 손님이 끊이질 않아요.
동네노인정으로 바뀐 저희 친정집 문턱이 사람들 신발자국으로 아마 닳아졌을 거예요.
고스톱을 치러 오시는 아버지 이웃분들, 사소한 집안일을 의논하러 오시는 아주머니들...
고스톱을 치러오시면 금방 판이 안 끝나니까 엄마는 또 칼국수나 수제비를 직접 반죽하여 만들어 주시거나, 돼지고기 같은 걸 구워드실 수 있게 준비를 하시니 어느 분이 그자릴 마다하겠어요?
첨에 그런 집이 싫었어요.
고상하지도 않고, 맨날 동네사람들로 북적이는 집이 짜증스럽기도 하고, 뭐하러 저리 고생을 사서하나 싶어 엄마가 불쌍해 보이기도 하였지요.
근데, 세월이 많이 지나고 저도 성인이 되고, 가정을 꾸려나가다 보니 그렇게 사람사는 집에 사람이 끓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인지 알 것 같더라구여.
가난하지만 남부럽지 않게 사실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이 없으면 그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게 되었지요.
친정부모님은 동네에서 어려워진 이웃이 있으면 슬쩍 부르세요.
그리 좋은 음식은 아니지만, 칼국수나 뭐 된장찌개같이 흔히 집에서 부담없이 먹을 수 있는 그런 상을 준비하시곤 얘기를 나누시며 아낌없이 격려를 해 주시거든요.
대접받고 돌아가는 것이 어디 음식뿐이었겠어요?
그분들이 돌아서서 두고두고 감사한 마음을 가지셨고, 우리집을 향해 아마 많은 복을 내려주신 모양이에요.
아직 우리집엔 실직자가 없고, 큰 병을 앓는 사람이 없고, 또 아직 사고를 당한 사람이 없고 모두 자신이 원하는 일을 찾아 열심히 해낼 수 있는 자격을 가지고 성실하게 살고있으니깐 말이죠.
마음이 많이 을씨년스러워지는 요즈음이에요.
매스컴에선 점점 더 경기가 나빠진다고 하고, 실직자들은 더 추워지는 거리로 무더기로 쏟아져 나오고 있어요.
자신에게 닥쳐온 현실일 수도 있고, 혹은 내 주변에 친한 누군가의 일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우리 모두 웅식이 엄마가 되기로 해요.
자기집에 있는 모과차를 몽땅 들어다가 친한 이웃에게 선뜻 내놓을 수 있는 그런 부자마음을 갖기로 해요.
감기만 물러갈 것 같지않네요.
몸 속에 돌아나니고 있던 모든 나쁜 병균이 모조리 전멸할 것 같네요.
내 마음 한조각을 떼어다가 가까이 있는 누군가를 위해 뜨끈뜨끈하게 데워주세요.
가진 것은 없어도 줄 수 있는 것은 많이 있을지도 몰라요.
저두 생활비가 점점 줄어들고 있어 근심이 되지만 몸 건강하고, 마음 튼튼하니 좋은 수가 생기겠지요. 우리 모두 그렇게 믿기로 해요.
내가 갖고 있는 것을 님들에게 드리겠어요.
서로 그렇게 주고받고, 받고주고 하다보면 경제도 살아나고, 우리나라도 많이 쑥쑥 발전하겠지요.
줄 수 있는 것은 물질만이 아니예요.
한마디 좋은 말이나, 좋은 표정이나 웃음띤 얼굴이나 활기찬 모습..
사랑한다는 한마디 말이나...
낼은 웅식엄마를 위해 맛있는 녹차를 준비해 놓고 불러야겠어요.
같이 하실래여?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생각하며 하루를 접어야겠어요.
모두 아름다운 밤 되세여..
안녕히 주무세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