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 학교에 가봤어? '
" 응? 으~응 가봤어 "
" 어때? "
" 어두워서 잘 보지 못했어 "
" 에이~ 낮에 한번 가보지 "
" 그래. 오늘은 정말 가볼께 "
아침밥상 머리에서 아이는 내게 말을 한다
세상모든 슬픔 나 혼자만 지고가는거 같아 딸애에게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언젠가 서울로 시합을 나간다는말은 들었고
아이가 이틀만에 집에 돌아왔을때도 별 관심을 갖지 않았었다.
아이도 별 다른 말이 없었고
나 또한 잊은채 시간들을 보냈었는데
어느날 아이는 내게 말을했다.
" 엄마, 우리학교 정문에 내 이름 적혀있다. "
" 왜에? "
" 먼저번에 사격 시합 나갔었잔아. 근데 단체전에서 우리가 일등을 한거야 "
" 어머 그랬니? "
" 응. 그래서 이학년 언니 두 사람 이름하고 일학년 두 사람이름이 거 왜 있잔아 "
" 뭐어? "
" 광고같은거 길에다가 써서는 이렇게 매달아 놓잔아 "
" 아~아 플랭카드? "
" 응, 그거 "
" 그거 매달아 놨니? "
" 응, 거기에 내이름 있다. 그래서 바람불면 막 움직여 "
" 그랬구나...엄마는 몰랐는데 우리딸이 잘 했구나. 축하해.
그럼 아빠에게도 말씀 드리려무나 "
" 아까 학교에서 오다가 전화했어 "
" 그래? 아빠가 뭐라시던? "
" 으~응 잘했대. 그리고 축하한대 "
고단한 내 삶에 지쳐 자식놈을 무관심속에 내 팽개쳐 두었는데
아이는 제 나름대로 제 할일을 하고 있었나 보다.
새벽같이 밥 한술에 뜀박질로 나가고 저녁에는 어두워야 집에들어오곤 하던 놈이...
가끔은 제 방에서 소리죽여 울곤 하던놈이
엄마도 아빠도 싫고 혼자살고 싶다고 하던놈이..
" 엄마! "
" 응, 왜? "
" 나아~ 사격 열심히 할꺼야 "
" 그래, 그래야지 "
" 그래서 성공할꺼야 "
" 그래, 그러려므나 "
" 금메달도 딸거고. 그럼 돈 많이 벌겠지? "
" 그렇겠지 "
" 그럼 많이 벌은 그돈... 다 엄마 줄께 "
" 그럴꺼야? 정말로 엄마 다 줄꺼야? "
" 응. 엄마 호강시켜줄꺼고.. 아빠는 한푼도 안줄꺼야 "
" 아니, 왜? 아빠도 드려야지. 엄마만 주면 아빠가 섭섭해 하실텐데... "
" 아빠가 미워. 아빠는 우리를 버렸잔아 "
그말을 끝으로 아이는 고개를 떨구어 버린다.
슬그머니 일어나 제 방으로 들어가는 아이를 난 불러세운다.
" 아가, 이화야. 여기 잠깐만 앉아봐 "
돌아서는 아이의 눈자위가 충혈되어 있다.
울컥 쏟아지려는 눈물을 가슴으로 삼키며 가만...아이를 보듬는다.
" 우리...아빠를 이해해 드리면 안될까? "
" 난 이해가 안돼. 그리고 아빠를 용서할수가 없어 "
" 아빠도 나름대로 사정이 있었을것이고 우리만큼 고통도 스러우실거야 "
" 그런게 어딨어? 아픈엄마두고 나가는 남편이 무슨남편이야? "
" 엄마, 아빠 사이가 나쁘다고 해서 딸인 너와의 사이까지 나쁜건 아니잔니?
네겐 누가 뭐래도 아빠이고, 아빠에겐 네가 딸인거야.
부부는 헤어질수가 있어도..부모 자식은 절대로 그럴수가 없는거란다.
아빠를 많이 미워하지 말았으면 한단다. "
" 나중에는 어떨지 몰라도 지금은 아빠가 밉고싫어. 나 열심히 할께
그래서 엄마 늙어죽을때까지 내가 책임지고 보살필께 "
" .... "
" 엄마, 힘내. 내가 있잔아. 내가 엄마 보호자가 될꺼야 "
엄마 아빠의 일로 많이 힘들었을텐데...
단지 내색하지 않았을뿐일텐데...
아이에게 너무도 미안하다.
한참 꿈을갖고 사랑을 먹고 자랄 나이에 못난 부모만나서 마음고생을 하는
어린 내 아이가 그지없이 안쓰럽다.
아이의 열네살 기억속에 무엇이 남아줄까?
아빠의 가출과 엄마의 한숨...그리고 눈물.
고운것만 보여주고 고운것만 느끼게 해주고 고운것만 기억시키고 싶었는데..
불신과 미움과 원망만을 아이의 기억속에 심어주는것은 아닐지...
아침이나 한술뜨고 아이의 학교에 가봐야겠다.
내 이 두눈으로 자랑스런 내 아이 이름석자 직접 확인하고 와야지.
지금은... 녀석이 든든한 내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다.
보호를 받아야할 아이가 스스로 엄마의 보호자를 자청한다.
딸과나...우린서로의 보호자가 되고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