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옵니다.
이제 이 비가 그치고 나면 날씨는 더욱 추워지겠지요.
방바닥이 뜨거울 정도라 보일러를 끄려고 일어났읍니다.
하지만 보일러는 전혀 가동되지 않는 상태였읍니다.
그래도 내 귀에 들리는것은 보일러가 돌아가는 소리였읍니다.
아차! 싶은 마음에 그이와 내가 쓰던 방문을 여니
비어있는 빈 방에 온기가 참으로 따뜻 했읍니다.
서둘러 밖으로 나가 보일러 전원을 차단시켜 버립니다.
세로 주었던 방을 방해받고 싶지않아 언젠가부터 우리 내외가 사용을 하였읍니다.
그이가 떠나고...
난 한번도 그 방에를 들어가지 않았읍니다.
그이의 체취와 우리의 사랑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방이라
애써 난 외면을 하였었는데.
빈 방에 기름들은 그동안에도 계속해서 제 몸을 태우며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나 봅니다.
한번쯤 그 방을 둘러볼만도 한데
서둘러 난 그방을 나와버립니다.
그리고 그 시간부터 난 잠을 이루지 못했읍니다.
일요일에도 아이는 운동을 하러 이른 아침부터 나가야 했읍니다.
무국에 밥 한술 말아 먹고는 갈께~ 라는 말로 인사를 합니다.
" 넌 인사조차도 니 에비를 닮았냐? 다녀올께가 아니라 갈께가 뭐냐? "
아이에게 버럭 소리를 지르니 아이는 잠시 주춤 합니다.
" 미안해 엄마 다녀올께 "
아이가 나가고
난 달력을 봅니다.
11월 17일.
우리의 결혼기념일 입니다.
뭉기적 둥기적...
그렇게 시간들을 죽이고 있읍니다.
고연히 전화기를 들어 신호음을 확인하고...
핸드폰의 배터리를 재 점검합니다.
문자를 열러 수신 메세지도 확인해 보고..
현관밖도 내다봅니다.
어제는 그이가 쉬는 날입니다.
기대를 갖지 말아야지...미련을 버려야지..
수도없이 머리속으로는 다짐을 해도
미련한 나는 가슴속까지 그이를 지우지 못합니다.
빈속에 소주몇잔을 털어넣었읍니다.
너무 더디게만 가는 시간들이 야속해서지요.
아니, 어쩌면 난 피하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기다림을 말이지요.
많은시간 잠을 잔거 같은데 겨우 십여분이 지났읍니다.
이미 오후로 시간은 들어섰고.
어리석은 나는 인터넷을 켜 봅니다.
그이의 멜을...
그리고 다시반복되는 핸드폰 확인.
미련하다고 답답하다고 또한 어리석다고 질책하지는 마세요.
이제 그만 집착에서 벗어나고
꿈에서 또한 깨어나라고 채근도 하지 마세요.
이런내가 나 역시도 너무싫고 밉기만 합니다.
머리속에서는 너무도 분명하게 그이의 부재를 알려오는데
왜 가슴은 그렇지를 못하는지요.
결혼 일주년부터 십팔주년까지의 그 모든 기억들이
내겐 너무도 생생합니다.
우린 항상... 전야제라는것을 해 왓으니까요.
어느해인가 받은 이미 고인이 된 하수영씨의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
그 테잎을... 물끄러미 바라만 볼뿐
감히 나는 틀지를 못합니다.
그이가 혹시 기억하지 못하는것은 아닐까?
아니, 그럴리는없읍니다.
집을 떠나기전 내게 마지막으로 해준 선물이 핸드폰이었고
그 번호의 끝자리가 1117 바로 결혼기념일 이었는데...
바람이 몹시도 찹니다.
이제는 집안을 치우고 딸아이의 저녁준비를 해둬야겠읍니다.
오늘출근은 조금 이르거든요.
오늘하루해가 모두 넘어가도록 난 그이를 기다리게 될지도 모르겠읍니다.
그냥... 기억한다는 짧은 문자 몇자라도 말입니다.
분명나는
또다른 배신을 맛보겠지만 말입니다.
나...참 미련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