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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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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나


BY 은정 2002-11-16

떨어지는 낙엽을 바라다 보면서 따뜻한 차한잔과 음악을 감상하는 고상한 취미는 없지만..
정신없었던 오전 근무..
어지러진 책상위..
하던일 손놓아 버리고 난로 앞에 사장님의 푹신한 의자 끌고와 앉아 창밖의 물드려진 단풍을 멍하니 바라다 본다.
벅스뮤직에선 박효신의 굵직하고도 애절한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오늘은 여기까지만 일해야지..하면서 깨으름을 피운다.
하던일 마무리 짓지는 않았지만 오전에 정신없던걸 생각하면..
여기서 더 오바 되어버린다면..
즐거운 토요일을 망쳐버릴것 같아서다..
멍하니 있다보니 갑자기 어린 내모습들이 생각난다.
그러면서 입가에 혼자 미소를 짓는다.
많이 커버린 나..
많이 변해버린 나..
많이 사회에 물들어진 나..
악착같이 살고있는 나..
물론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들면 변하지 말아야지 해도 어쩔수 없이 변해가는게 인간인지라..
어린 내 모습들을 생각하면 참 신기한 모습들이 많다.

작은 나만의 공간..
네모를 그려서 그안에 뭐든지 그려보아라하면..난 나만의 공간이였던 내 방을 그리고 싶다.
언니랑 같이 쓰던 방이였지만 혼자 있을땐 내 방이나 다름없었다.
옷장 하나..
책상 두개..
거울 하나..
이곳에선 난 뭐든지 상상할수있고 꾸밀수 있다.
오늘은 옷가게 해야지 하면 집에 있는 옷들 내방에다 모두 걸구 혼자 주인행세 손님행세를 한다.
이불들을 제다 꺼내서 높은 침대를 만들고 보자기를 묶어서 머리에 씌우면 우아한 공주 마마가 된다.
곰인형 등에 업으면 엄마가 되었다가.. 일하다 돌아온 아빠가 되었다가.. 1인 2,3역을 거든히 해낸다.
혼자서 중얼중얼.. 무슨 주고 받을 얘기들이 그리도 많았던지..
집에 놀러온 삼촌이 내 방문을 노크한다.
문을 열자 안을 한번 휙~둘러보구는 나에게 묻는다..
"혼자 있었니? 사람들 목소리가 들리던데.."
난 얼굴이 홍당무가 되어버린다.

언젠가는 이런 기억 조차도 잊져버리고 사는 날이 오겠지..
퇴근시간이다.
이만 집으로 돌아가 고향으로 내려가려한다.
엄마 품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