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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는 필수?


BY 수련 2002-11-16

이번에 수능을 본 집의 엄마를
길가에서 만났다.한숨만 내쉬는 그 엄마곁을
고개만 끄떡이고는 서로 아무말없이 그냥 지나쳤다.

수능을 친 집에는 당분간 전화도,가지도말며,
길가에서 마주쳐도 내쪽에서
얼른 고개를 돌려줘야하는게
예의라는게 불문율이 되어왔다.

올해는 재학생들이 재수들보다 시험을 더
못쳤나보다. 메스컴을 통해서도
보면 사회적인 분위기가 은근히 재수를 해야만이
성적이 올라간다는 멘트를 주는것같아
수험생부모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한다.

해마다 재수생의 성적이 강세를 보이니까
이제는 "재수는 필수!"라는 말을
아무렇지않게 하고,또 들을수있다.

작년에도 이웃의 한엄마가 우리집에
의논할게있다며 찾아왔었다.
딸애가 시험을 못쳤는데 아이는 재수를 할려하고
남편과 자기는 성적에 마추어서 아무데나
보내고 싶다했다.
내가 무슨 큰 도움을 줄수있는 전문상담자가아니라
내 딸애도 재수를 했기때문에 경험자로서의 나에게
조언을 구하고 싶다했다.

우리 딸도 첫해는 시험을 못쳐 많은 갈등을
겪었다. 딸아이라 재수를 시킬려니 마음이
편치가 않았고,억지로 지가 원치않는 대학을
보내면 휴학계를 내고 재수를 하겠다하였다.

자연계라 대학등록금이 만만찮은데
만약에 다음해 시험을 쳐서 성적이 나아져 다른대학으로 가게되면
한학기 등록금 몇백만원은 고스란히 날려버리는데
실험을 하기에는 봉급쟁이 살림에 무리이다.

그때의 한달여는 고통의 나날이였다.
누구와도 마주치기 싫고,전화벨소리도 듣기싫었다.
딸애라 이담에 시집만 잘가면 되지 싶기도 하고,
그래도, 사회에서 인정을 받는 당당한 캐리어우먼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부모의 바램도 있고.....

아이의 인생을 내가 대신 살아줄것도 아닌데,
우리야 인생을 다 살았다해도 과언이 아닌데, 내 아이들은 아직도
살아갈날이 얼마나 많은가.

그 긴 인생에서의 일년은 아무것도 아니다 싶었다.
평소학교성적이 상위권이라 딸애도,나도
자만심에 빠져있은건 사실이다. 패배가 뭔지 깨달을수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고,재수를 하면서
남을 올려다 볼수있는 반성의
시간도,나자신을 다시 돌아볼수있는 계기도 될수있을것 같았다.

부모마음대로 자식을 좌자우지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딸애에게도 기회를 다시한번 더 주고도 싶었다.
그래야 살아가면서 원망도 안들을거고...

휴학계를 낼 그 등록금으로 차라리 학원비를 내는게
낫겠다싶어 마음을 다져먹고 학원등록을 했고
아이도 마음을 정리했는지 아무말없이 열심히 다니기시작했다.

그 다음해 수능성적은 괜찮았지만
딸애가 원하는과로는 결국 못가게 되었다.
하지만,그때는 한번의 기회라도 줬으니
포기도,체념도 할수있어야한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가끔씩 내속을 떠볼양으로 딸애는
"다시 한번 더 공부하면 안돼요?"하는데
고개를 흔든다.
일단은 딸에게 한번의 기회를 줬으니까....

곧 4학년이되는데
일단은 졸업을 하고 직장을 다녀보고 그래도
영 아니다 싶으면 그때는 스스로 결정을 해서
자신의 길을 선택하라했다.

자식을 키우는일은 끝이없나보다.
대학만보내면 끝인가 싶은데 막상 들어가서
졸업때가 되면 취업때문에 애간장이 타고
또,취업이 되면 혼사문제로 또 부모마음을
애타게만든다. 선배네 딸이 29살인데
그선배는 요즘 잠이 안온단다.

해를 넘기면 30살이되는데 남들은
하기좋은말로 요즘은 늦게 가더라하지만
제 짝이 정해져 있으면 기다리면 되는데
중매로 보낼려니 그또한 쉬운일이 아닌것 같다.
그밑으로 여동생이 둘이나 더있으니 선배의
심정을 백번 헤아리고도 남겠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말을
자식키우는일에 비유하면 맞을성싶다.
끝이 보이지않는게 자식들의 일인가보다.
내가 눈을 감을때까지 자식들이 별탈없이
잘 살아주면 그게 부모에게 효도하는게 아닐까.
참, 여러모로 살기 힘든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