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일요일의 늦잠을 포기하고
분주한 새벽을 연다.
오늘은 일직을 하러 가는 날 ....
아이들을 위하여 김밥을 말고, 맑은 된장국을 끓이고,쑥떡을 쪄 놓
고, 간식을 준비하여 식탁 가득 한상 차린다.
늦잠이 없는 남편은 어느새 식탁에 앉아 두런 두런 마누라의 김밥맛을
보고.... 한 주 동안의 밀린 이야기를 막 늘어 놓는다.
"엄마 내일은 늦게 까지 자야지..." 하면서 토요일 늦은 밤까지
영화를 보던 아이들은 아직도 고운 꿈길속을 거닐고 있다.
덥다고 모두들 거실에 나와 자더니만, 주방에서 풍기는 고소한 참기
름 냄새에 잠을 깼는지, 아니면 엄마 나가기전 얼굴이라도 보고 싶은
건지 부시시 눈비비며 일어난다.
더 자라는 엄마의 만류에도 아이들은 일찌감치 잠을 떨치고
대들더니 덥썩 엄마 손 맛 김밥을 집어든다.
"음... 역시 맛있군!" 사랑스런 눈웃음이 매력적인 큰 딸애는
엄마의 통통한 팔뚝 만지기를 좋아하는 아이
늘 엄마에게 애교만점 딸이다.
주방에서 앞치마 두르고 일하는 엄마의 엉덩이를 툭툭 치면서
아이고 예쁜 우리 엄마......
"쪽쪽... 뽀뽀..."
늘 이런식으로 엄마에게 너무 좋아서 어쩔 수가 없다는 식의 애정표현
을 잘도 한다.
딸을 키우는 재미란 게 그런 걸까 싶다.
"나는 세상에서 울 엄마 김밥이 최고 맛있더라."
엄마의 김밥과 함께 오늘도 아이들은 즐거운 하루를 연다.
이 한몸 쬐금만 부지런 떨면 이런 즐거움이 있는걸
그동안 일요일의 늦잠 때문에 늦은 아침을 먹는 아이들 배가 좀 고팠
을 걸 생각하니
배시시 웃음이 나왔다.
밥은 몇시에 먹고, 문제지 풀고, 집안 어지럽히지 말고,
동생이랑 싸우지 말고..... 등등
잔소리 늘어 놓는 엄마에게 알았으니 어서 가시기나 하라며
우리들은 아무 걱정하지 말라는 아홉살 바기 큰 딸 아이,
손 대면 톡 터질 것 같은 통통한 볼을 하고 탄력이 넘치는 엉덩이가
예쁜 우리 일곱살 바기 작은 딸아이,
엊그제 엄마 출근 할때마다 울고 불고 난리치던 그 아이들이
이미 아니었다.
한편 대견하기도 하고, 안스럽기도 했지만
엄마가 해 줄 수 있는 최소한의 것은 해 놓고 나가야 될 것 같았다.
물 기다리는 화분에 물을 줄고, 바쁜 정리를 마치고,
조용한 아침을 가르며 일직을 하러 간다.
왠지 시간 죽이기 같아서 영 시간이 아까웠지만
어쩌랴 그냥 자신의 임무에 충실할 뿐.....
하루는 참 길기도 했다.
엉덩이도 막 배기고, 좀이 쑤셨다.
흐릿한 날씨에 갇혀 있는 것 처럼 답답했다.
괜히 피로감이 몰려왔다.
아이들이 궁금해서 전활 하니 잘 놀고 있다 한다.
이제 그 아이들도 이만큼 엄마의 품에서 자꾸 헤어나려 하고 있는 듯
했다.
그 아이들이 언제까지 세상에서 엄마가 최고야 라는 말을 외치며
이구동성 엄마의 옆자리를 서로 차지하려 할 까 ...
그 때까지의 행복을 최대한 길게 맛보고 싶은 걸...
긴긴 하루를 보내고 집에 와서 엊그제 새로 산 음반을 틀고
쇼파에 온 몸을 기대어 본다.
세상에서 가장 편안 자세로.... 왠지 그래도 될 것 같은 마음으
로....
하지만 눈에 띄는 집안의 모양새는 나를 더이상 편안하게 놔둘 수 없
게 만들고 만다.
그런데 왜 바람 한점 없는 거지 .... 마구 청소를 해대고
흠뻑 젖은 땀을 씻고 아이들과 달콤하고 시원한 수박을 먹어본다.
감미로운 음악에 스스로를 빠트리는 것은
여름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른다.
하지만 밀려드는 잠...
감겨오는 두 눈은 왜 그리도 무겁기만 한 건지....
아주 조금씩 엄마 품에서 떠나려고 하는 나의 아이들
더 많이 사랑해야지... 더 많이 안아줘야지....
그런생각 하면서 꿈길 여행을 떠납니다.
평화로운 나라로 가려 합니다.
오늘은 왠지 동화속 주인공이 되고 싶어 집니다.
우리 사랑하는 아이들과 함께....